손택은 문학과 영화학, 문화사 같은 분야의 논문에 정통했지만, 그의 에세이적인 글쓰기는 학술적 글쓰기와 기본적으로 상반되는 것이었다. 손택은 작가의 삶과 학자의 삶이 서로 배타적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학문적 삶이우리 세대 최고의 작가들을 파괴하는 것을 목도했던 것이다. 이 발언 뒤에 상처받은 허영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건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동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이었던손택이 학계에서 실패를 맛본 것은 반학문적인 삶에 대한 바람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 여전히 엄청나게 가부장적인 대학 세계에 속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 P147
당시 손택에게 글쓰기란 진정한 도전, 심지어 고문이었다. 손택은 말한다. "막 타자기로친 원고는, 완성되는 즉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한다. 이것은반드시 묻어버려야 하는 방부 처리된, 인쇄된 시체다." 본인이 털어놓은 바에 의하면, 손택은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압박해야 했다. 그의 작품은 매우 집중적인 단계에 접어들어완성됐다. "저는 압박감이 쌓여서 글을 써야 할 때, 그리고 제머릿속에서 뭔가가 숙성돼서 그걸 써 내려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충분히 느껴질 때, 글을 씁니다." 게다가 손택은 초고를 거의 열 번은 고치고 또 고치는 성향이 있었다. - P149
1964년 4월 초, 스트로스의 요청에 의해, 손택은 이미 발표한 에세이 목록과 아직 계획 단계에 있던 글의 개요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알베르 카뮈,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미켈란젤로안토니오니, 체사레 파베세, 장뤼크 고다르에 관한 에세이와해석, 캠프, 스타일, 새로운 감수성, SF영화에 관한 글을 위한아이디어, 그리고 침묵의 미학과 포르노그래피 문학에 관한에세이의 초안이 담겨 있었다. 이 글들은 "그의 다음 한두 작품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그 책들이 바로 유명한 에세이집「해석에 반대한다』 (1966)와 급진적 의지의 스타일』(1969) 이다. - P155
하지만 손택의 결정적인 한 수는 캠프를 하위문화의 지위에서 끌어올려, 캠프가 진지한 고급문화이며 느낌과 의식이라는아방가르드의 양극단과 동등한, 심미성을 경험하는 제3의 길임을 선포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다다이즘이나 르네상스 같은 고유명사처럼 에세이 전반에서 ‘캠프Camp‘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적음으로써 체제전복적인 감수성을 공식적으로스타일의 지위로 고양시킨다. "그리고 위대한 창조적 감수성가운데 세 번째가 캠프다. 캠프는 실패한 진지함, 극적으로 과장된 경험의 감수성이다. 캠프는 전통적 진지함의 조화도, 극단적 감정 상태와 완전히 동화되는 위험성도 거부한다." - P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