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를 에워싸는 공동체 정신을 보며 놀라움을 느끼고 있어요. 서로 다른 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각자의 요구를 해결하고자 애씁니다. 제가 살고 있는 시카고시의 슬로건이 매우 상징적이죠. "따로 함께하자Together Apart." 텔레비전 공익광고에 각각 작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100여 명의 시카고 시민들 얼굴이 나옵니다. 나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요. 그러니까 정확히 분리된 상자 안에서 각자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 동의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의 상징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호숫가 정경입니다. 시카고 시내에 있는 제 아파트에서는 아름다운 미시간호가 내려다보입니다. 물가를 따라 자전거 길과 조깅 트랙이 둘러져 있고 공원이 있죠. 시카고 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장소입니다. 지금 그곳엔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장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거죠. 제가 증언합니다. 베트남전쟁 기간에는 이러한 화합된 모습은 없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201
문화 차원의 혐오로 저는 이를 ‘투사 혐오projective disgust’라고 불러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부패, 냄새, 분비물 같은 역겨운 특성을 우리 사회의 특정 집단에 투사해 그들을 종속시킬 전략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혐오는 대체로 약한 집단을 향합니다. 그들을 동물적이라고 묘사하죠. ‘동물적인 성적 취향은 그들에게나 있지 나한테는 없다. 고약한 냄새는 그들에게서만 난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죠. 미국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동물로 취급했지만 사실 모든 인간은 다 비슷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이렇게 타인을 종속시키려는 전략으로 작동하는 혐오는 흑인, 여성, 성소수자 등을 동물적인 존재로 만들면서 모든 인간이 갖는 동물성을 부정해왔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208
반면에 지금의 위기 속에서 어떤 편견은 오히려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편견과 혐오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대중들이 의문을 갖고 비판하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208
노년에 대한 혐오는 그냥 상대의 주름진 몸이 나의 미래와도 연결된 죽음의 그림자이기에 나와 그 몸을 분리시키려는 직접적인 반응으로 표현됩니다. 반면에 소수자 그룹이 동물성과 죽음을 상징하고, 그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들은 동물일 뿐이다’라는 서사를 품은 일종의 문화적 판타지를 통해서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214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힘에 타격을 입은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않을 방법이란 없습니다. 연민의 마음을 거부하기란 여전히, 정말로 힘이 듭니다. 노인에 대한 혐오가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온다는 말을 했지요. 역설적으로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삶이 훌륭하고 세상이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때로 연민과 자비 같은 사랑의 감정이 혐오만큼 강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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