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미국 오리건주 주민 40명과 미시간주 주민 열 명이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원인은 장출혈성 대장균이었다. 1993년, 시애틀에 있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무려 732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고 그중 네 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희생된 여섯 살 소녀 로렌 루돌프의 엄마는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안전한 식탁이 우리의 최우선STOP : Safe Table Our Priority"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로렌 엄마의 노력으로 ‘식품 안전에 관한 로렌 법’이 제정되었고, O-157 대장균에 오염된 분쇄육의 판매가 중지되었다. 그러나 거대 식품회사들은 변함없이 오염된 분쇄육을 생산했고 식중독 사고는 되풀이됐다.
로버트 컨너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푸드 주식회사>에도 똑같은 사례가 나온다. 만 두 살의 케빈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 12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케빈의 엄마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음식을 위한 법, 일명 ‘케빈 법Kevin’s Law’ 제정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97

대장균E.Coli은 인간과 오랜 세월을 함께해왔다. 현재 사람의 몸과 대장균은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대장균이 병원성 대장균으로 변한 데 있다. 소와 돼지는 배설물을 묻힌 채 도축장에 온다. 시간당 수백 마리를 도축하는 과정에서 배설물이 고기에 섞이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햄버거 패티 등 분쇄육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수많은 동물들의 사체를 분쇄하고 섞어서 하나의 패티를 만들기 때문이다. 즉, 한 마리가 오염되면 수백 개의 패티가 오염될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99

싼 옥수수 사료의 대량생산은 싼 고기의 대량생산을 이끌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인 마이클 폴란은 영화 <푸드 주식회사>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평균적인 미국인 한 명은 1년에 200파운드(90.7kg)의 고기를 먹죠. 싼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들은 옥수수를 먹도록 진화되지 않았어요. 풀을 먹도록 진화한 동물이죠. 옥수수를 먹이는 유일한 이유는 옥수수가 싸기 때문이고, 또 옥수수가 소를 빨리 살찌우기 때문이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00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동물 영양학자 알렌 트렝클은 <푸드 주식회사>에서 옥수수 사료와 햄버거병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옥수수가 많이 포함된 사료 때문에 대장균이 산성에 내성을 갖게 된다는 연구가 있어요. 기존의 대장균이 더 해로운 대장균으로 변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대장균의 돌연변이가 일어나 병원성 대장균이 발생하고 햄버거병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01

국내에서 ‘인간광우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프리온 질환(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 의심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15명, 2006년 19명이었는데, 이후 급증하여 2016년엔 289명, 2017년엔 328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묘하게도 이 증가 추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급증한 추이와 비슷하다. 인간광우병 의심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위에서 보기 어려운 것은, 잠복 기간이 수년 이상으로 길고 확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뇌 조직 검사를 통해서만 확진이 가능하다. 또 사망했을 경우엔 부검을 통해서만 정확한 사인 분석이 가능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05

인간광우병 증상은 치매와 유사하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중 상당수를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vCJD) 환자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치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치매’가 늘고 있다. 9년 사이에 50대 치매 환자가 2.4배 늘었고 40대 치매 환자도 같은 기간에 1.5배 늘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05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경쟁, 맹목적 성장, 소비보다는 협동, 공감능력, 생태 감수성, 버려지는 것들을 새롭게 업사이클링하는 능력, 자급자족, 적정기술, 일상의 예술 이런 가치들이 더 중요해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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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은 스페인 독감이었다.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14세기 흑사병을 능가한 최악의 전염병이었다.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1N1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21세기 전염병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만나서 "재수 없는 형태로" 조합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언제든 가능한 이 조합이 현실이 되면 그 파괴력은 스페인 독감 때보다 훨씬 더 강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전 세계 구석구석 연결된 비행기와 수많은 여행자와 물류를 타고 바이러스가 빛의 속도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24

업체에서 이용하는 동물 중엔 놀랍게도 과일박쥐도 있었다. 박쥐는 에볼라, 메르스를 일으킨 바이러스의 숙주 동물로 추정되고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31

야생동물과 인간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건강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가 이 거리를 자꾸 좁히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에볼라, 사스, 그리고 에이즈의 공통점은 ‘인수공통전염병’, 즉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걸리는 전염병이라는 점이다. 많은 질병들은 ‘종간 장벽’이라는 것이 있어서 인간이 걸리는 질병과 여우가 걸리는 질병이 따로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막대한 생태계 파괴로 이 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전에 없던 많은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새로 생겨난 질병의 75%는 인수공통전염병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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