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이와 돼지 아이는 종의 장벽을 넘어 교감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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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순이의 여덟 새끼 중 막내. 이름이 있고 삶이 있었던 아기 돼지 돈수는 그렇게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고 고기가 되었다. 그리고 유기농 축산물을 취급하는 마트에 전시된 후 양질의 고기를 찾는 누군가의 식탁 위에 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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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위험보다 더 나쁜 것은 정서적인 피해야. 스티커(도축장에서 동물의 목을 찌르는 일을 하는 사람) 일을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동물을 죽이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돼. 도살장에서 걸어 다니는 돼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세상에, 이 돼지는 정말 귀엽게 생겼군.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야. 도살장에 있는 돼지들은 내게 강아지처럼 다가와서 코를 문질러대지. 그런데 2분 후에 난 그 돼지들을 죽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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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미국 사회를 뒤흔든 한 편의 소설이 발표된다. 시카고 식육 공장 지대의 비인간적 상황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The Jungle》이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건장한 청년 유르기스가 그의 애인 오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신대륙이라 불리는 미국으로 이주해온 뒤 겪는 비극적인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도축장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동물 학대와 노동자 인권 유린, 그리고 경악할 정도로 불결한 위생 문제를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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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기스와 오나 가족의 비극적인 붕괴는,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곳이 자본주의의 메카인 시카고였기 때문이고, 그들이 얻은 일자리가 도축장이었기 때문이며, 그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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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비교적 문턱이 낮은 일자리는 20세기 초인 그때나 21세기인 지금이나 도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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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같은 로맨스 영화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미국 식육 산업의 실태를 그린 <패스트푸드 네이션 Fast Food Nation>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에릭 슐로서의 동명의 책(국내에서는 《패스트푸드의 제국》으로 번역 출간됨)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픽션 영화는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먹을 게 못 되는지를 고발할 뿐 아니라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도축장과 육가공 업계의 민낯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52

도축장의 벽은 너무 높았고, 나는 돈수와 십순이를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었다. 축산 공장의 벽이 점점 더 투명해져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길 바라면서. 옥자는 가상의 생명체이지만 한국에는 1,150만 마리의 십순이와 돈수가 공장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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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숨 쉬기 힘든 고통을 받는 건, 그동안 우리가 동물들을 공장에서 숨 막히게 하고, 땅에 산 채로 묻으면서 숨 막히게 한 업보, 카르마(Karma)인 것만 같아. 어느 지혜로운 부족이 이렇게 말했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돼 있고,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이들에게도 일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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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주인공 암탉 잎싹이가 목만 내밀고 갇혀 살던 곳이 배터리 케이지다. 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곳. 잎싹이는 배터리 케이지를 빠져나오기 위해 죽은 척을 한다. 농장주는 잎싹이를 꺼내 구덩이에 던져버린다. 잎싹이는 그렇게 지옥 같은 배터리 케이지를 빠져나와 자유의 몸이 된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4

배터리 케이지는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닭을 사육하고, 닭의 움직임과 사료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드라마틱한 생산량 증가는 닭의 고통도 드라마틱하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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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터졌다. 2016년 11월 중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또 터졌다. 이 두 번의 전염병으로 정부는 대한민국 인구만큼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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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과 살충제 달걀은 전혀 다른 사안 같지만 원인은 똑같다. 그 둘은 닭의 습성과 복지를 무시한 채 오로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닭들의 생명을 쥐어짜는 공장식 축산이 만들어낸 샴쌍둥이인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8426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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