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섞어도 통 ‘그 맛’이 안 나던 떡볶이의 간을 단박에 맞췄던 라면수프처럼, 욕 한 방이 지금 오고가는 대화의 간을 딱 맞출 게 분명한 순간이. 말하자면 씨발의 스팟.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149

힘겨울 것 같았던 밤이 조금 든든해졌다. 자양강장에 좋다는 칡주(feat. Y)가 있으니까. 칡 냄새에 마시면 좋을 청하(feat. P)까지 있으니까. 너희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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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가 작은 눈금을 타고 서서히 올라오는 게 아니라 육상선수처럼 성큼성큼 뛰어올라오고 있었다. 취기를 앞서기 위해 거의 뛰듯이 걸었지만 몸집이 커진 취기란 늘 인간보다 빨라서 광장의 끄트머리에 다다랐을 쯤에는 결국 나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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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집이 보였다. 누군가 몇백 미터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봤다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역으로 구현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168

하지만 우주적 모멘트는 나의 형질을 유인원에서 마침내 네발짐승으로 바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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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이 「바닥」이라는 시에서 그랬지. "모든 땅바닥은 땅의 바닥이 아니고 지구의 정수리"라고. 그러니까 이것은 지구의 정수리와 나의 정수리가 맞부딪치는 우주적 모멘트였던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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