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이건 바로 내가 술집에 들어갈 때마다 겪는 딜레마다.
특히 음주를 시작하기 애매하디애매한 함정 같은 시간에.
환희의 극치일까, 고통의 극치일까.
가는 기차는 천국행이고 돌아오는 기차는 지옥행일 이상한 왕복 기차권을 끊을지 말지, 그냥 얌전히(?) 걸을지 오늘도 목하 고민 중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134

가을이 와버렸다. 1년 중 가장 술맛이 도는 계절. 퇴근길마다 부는 선선한 바람과 걷기 좋은 날씨가 발걸음을 번번이 술집으로 이끄는 계절. 그래서 요즘 매일 퇴근길마다 싸운다. 아쉬탕가 요가를 하러 갈까 vs 술을 마시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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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요가의 완패이자 나의 완패였다. 전어회가 제철이라, 막장과 마늘을 살짝 올린 기름진 전어에 소주를 마시느라고, 아버지가 담가준 김치가 막판이라, T가 신김치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 스팸과 집에 있는 모든 야채를 다 넣고 볶은 뒤 흰자는 튀기듯이 바삭하게 노른자는 톡 치면 흘러내리게 익힌 달걀프라이를 얹어 내온 김치볶음밥에 소주를 마시느라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날 으슬으슬한 게 오뎅 바가 제격이라, 무가 적당히 우려진 국물에 담겨 푹 익기 직전의 오뎅 꼬치를 쏙쏙 빼어 먹으며 온사케를 마시느라고, 외근이 끝나니 광장시장 근처라, 빈대떡과 고기완자에 막걸리 두 병을 비우고 두 번째 시킬 때 넉넉히 담아 주셔서 아직도 많이 남은 큼직큼직 썬 양파를 툭툭 넣은 간장만으로 막걸리 한 병을 더 비우느라고, 금요일이라, 매주 듣는 강의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자카야에 들어가 내가 굴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 바삭한 굴튀김과 어떻게 해 먹어도 기본은 가는 가라아게에 하이볼을 마시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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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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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순간에 찰진 욕을 구사하는 여자들을 향한 동경이 있다. 살다 보면 가끔 욕이 아닌 다른 언어로는 설명할 수도, 그 느낌을 살릴 수도 없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 누군가 던지는 찰기 도는 다부진 욕 한 방이 가져오는 카타르시스는 화려하고 청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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