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맞으며 해가 바다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하염없이 벨루가 보드카*를 홀짝홀짝 마셨다. 언젠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추운 날에 마시는 독한 보드카 한 모금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86

엷은 취기가 몸 전체에 번지는 동안 하늘과 바다 위로 밤이 찾아왔다. 바다는 검은 유약을 바른 도기처럼 빛났고, 하늘은 누군가 허공으로 내던진 목걸이가 구름에 부딪히며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 보석 알 같은 별들로 빛났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87

오, 들렸다! 달그락달그락과 리듬은 비슷하지만 훨씬 맑고 쨍한 소리. 들어봤지만 들어본 적 없는 소리. 술이었다. 주류 코너에 즐비하게 놓인 온갖 종류의 술병들이 배의 엔진이 만들어내는 동요에 따라 흔들리며 좌우앞뒤에 놓인 술병들과 살짝살짝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였다. 커다란 벽 세 면을 둘러싸고 있는 술병들 사이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은근하면서도 장대하고 맑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