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능력이 뛰어나고 사려 깊은 남편인 나는 아내를 깨우지 않고 나만 깨울 물건을 인터넷에서 찾아냈는데, 소리는 울리지 않고 진동하는 제품으로 팔목에 차는 것이었다. 신이 보내주신 선물 같았다. 신이 손목자명종 산업에 종사한다면. 나는 제품을 팔에 차고 잠자리에 들었고 드디어 이튿날 아침…… 제대로 안 됐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77

어여쁜 광경은 아니었다. 나는 달리는 몸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내 스타일을 굳이 묘사한다면, 총에 맞은 한 사람이 총을 맞은 후 넘어져 땅바닥에 부딪히는 순간까지 비틀거리는 그런 모습과 같을 것이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총에 맞고 비틀거림을 끝낸 그 사람이 달리고 난 후의 나보다 더 나은 신체적 조건에 있다는 정도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80

그전엔 나는 조직된 달리기 레이스에 참여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참여해본 레이스란, 백인종뿐이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96

내가 달리기에 대해 느끼는 것은 내가 글쓰기에 대해 느끼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하는 동안에는 싫어하지만, 일단 결과물을 보면 그것이 쓰레기라 할지라도 뿌듯하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내 글쓰기가 거의 언제나 쓰레기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11

우리가 현대에 ‘마라톤’이라 부르는 레이스는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번째 ‘근대’ 올림픽에서 처음 시행되었다. 당시 대회 거리는 대략 25마일이었다. 거리가 26.2마일(또는 42.195km)로 연장된 것은 1908년 런던 올림픽 때, 선수들이 왕족 관람석(로열박스) 앞에서 경기를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 이게 진실이다. 영국 왕족들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 싶어하지 않았기에 역사가 바뀐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18

소심한 범생이스러운, 그렇지만 고요한 자아도취의 순간이 오면 나는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발전해왔는지 앱을 통해 되돌아보곤 했다. 성적표와 비슷했지만 처음으로 나는 부모님의 확인 서명을 조작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가짜 서명 기술이 무뎌지지 않도록 몇 년 동안이나 자투리 종이에 부모님의 서명을 연습해온 것이 아깝긴 했지만.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61

세 가지의 단순한 요구. 이거면 돼, 런키퍼Runkeeper.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당신네 앱의 이름을 아무도 모르게 할…… 제길! 그렇다. 내가 사용하는 앱의 이름은 런키퍼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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