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라 배차 간격이 길어 다음 지하철을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의자에 망연히 앉아 가방을 열었다. 사무실로 배송되어 온 책이 에어캡에 싸인 채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에어캡을 벗기고 책을 꺼내 읽…기에는 너무 취해 있었으므로(마침 책도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였는데, 눈이 완전히 풀려 있을 게 분명한 사람이 꺼내 읽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았다…) 대신에 에어캡을 하나씩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병이 문제였어, 뽁, 피곤해 죽겠네, 뽁, 충정로를 충청도로 듣다니, 이게 다 사흘 전에 축구 보러 아산에 다녀왔기 때문이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13

그래서 수능 D-80일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백일주도 먹었으니 이번에는 ‘80일간의 세계일주(酒)’를 먹자고 제안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37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다.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7780990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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