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83

그러나 나는 알고 말았다. 평생 새끼 낳는 일만 반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새끼들과 교감할 시간은 조금도 허락되지 않는 어미 돼지들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감금틀 안에 갇힌 채 거기서 용변을 보고 그 위에서 잠이 든다는 것을. 그저 인간이 먹기 좋은 고기가 서둘러 될 수 있도록 새끼 돼지들은 성기가 거세되고 이빨이 뽑히고 꼬리가 잘린다는 것을. 좁은 철창 안에서 닭들 역시 부리가 잘린 채 살아간다는 것을. 자연 상태에서 연간 삼십여 개의 알을 낳는 것이 정상인 닭들이 한 해에 강제적으로 낳는 알은 삼백여 개라는 것을. 그렇게 부화한 병아리 중 수평아리들은 알을 낳지 못해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갈려 죽는다는 것을. 살아남은 병아리들은 성장 촉진제 때문에 아직 병아리의 얼굴이면서 몸은 닭만큼 커진다는 것을. 소들은 절대 티브이에 나오는 우유 광고에서처럼 초원을 유유자적 누비며 키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로지 우유와 고기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물건으로 참혹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잔인하게 도살된다는 것을.*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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