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 홀로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를 때, 혹은 홀로 술집에서 생맥주 혹은 싱글몰트 따위를 홀짝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분위기’ 하나를 같이 먹는다. 그 ‘분위기’를 먹으면서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런저런 생각이라는 것을 하거나 혹은 그 어떤 생각도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됐든 결국 더욱 자신다움으로 단단해진 채 거리로 나오게 된다. 그런 경험이 과연 떡볶이집에서도 가능할까. 나는 옛날 조그맣던 ‘미미네 떡볶이’에서 유일하게 경험해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이지 그때의 가게가 그립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5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공룡의 이름을 끝도 없이 줄줄 외우는 제하(달리는 공룡박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작은 인간의 눈동자와 입술과 손가락을 보면서 나는 귀여움의 공포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진짜 무서운 것은 귀여움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악마가 시커멓고 꼬리가 길고 눈알이 빨갛고 이빨이 뾰족하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 안전한 것이다. 제하 같은 애가 악마였다면 세상은 진즉에 끝났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60733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