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 P101

야, 김우현이. 내 이름을 저렇게 부르는건 선생들과 짭새들뿐이다. 얼굴이 밤탱이가 된, 배꼽에 화살 문신을 한 여자애가 짭새들에게 알몸으로 달려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그애 배꼽 화살표 끝에다가 EXIT라고 새겨줄걸, 내 이름도 박아주고 말이다. 너무 늦었다. 나는 창문을 타넘어 옆집 지붕 위로 뛰어내린다. 그리곤 앞만 보고 달렸다. 발 밑으로 기왓장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두두두둑, 형사들은 열심히 쫓아오고 있다. 야이씨팔새끼들아, 내가 니네 형 죽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죽어라고쫓아와? 좆같은 새끼들아. 그렇게 속으로 욕을 해대면서도 내 발은계속 지붕에서 지붕으로 넘어다녔다. 다행히 타넘을 지붕은 얼마든지 있었다. 니미 씨팔이다.
(『문학과사회』, 1998년 여름]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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