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도 아들 둘 키우고 있지만 내가 아무리 잘나가도 자식이 잘못되면 내 인생 아무것도 아닌 거고 내가 아무리 못나고 가난해도 내 자식이 잘되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게 부모의 자리야.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61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계시는 많은 분을 아우를 수 있는 작가를 떠올리다 앙토냉 아르토를 생각했습니다. 아르토는 시인이자 산문가이며, 극작가이자 멋진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앙토냉 아르토가 만년에 쓴 글을 인용하며 이 자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이 짧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문장은 제게 ‘작품’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신인 작가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출사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80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앙토냉 아르토다 이 말을 즉각 할 수 있기에 나는 그리 말하나니

당신들은 현재의 내 몸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만 개의 분명한 양상들로 모이는 것을 보게 되리라

당신들이 결코 나를 잊을 수 없게 할

하나의 새로운 몸으로

이상입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81

꿈인지 생각인지 혼미한 문장-풍경 사이로 여름을 예비하는 작은 잎들이 내 눈앞에서 세차게 흔들렸다. 나는 여름의 춤,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어쩌면 이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은 그런 생활이 될 것이며, 그건 내가 바로 그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고, 때로는 그들만이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쓰지 않는 동안에도 나는 그런 글을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생활을 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187

그렇게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득, 오래전 내 뒷목을 스쳤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매우 분명하게 느끼기는 그때와 다름없었으나 이번에는 그 서늘함이 그저 스쳐지나가지 않고 음굴광성 덩굴처럼 아래로, 아래로 퍼져 내 뒤에 묵직하게 머물렀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해수의 집에 간간이 들러 한갓진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나는 그 서늘함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고, 그건 휴가지에서도 마찬가지였죠. 나는 생각을 떨치려 틈날 때마다 숲길을 전력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나 거친 숨을 고르기 무섭게 그 생각은 다시금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왔어요. 끊임없이 엄습해오는 생각을 피하지 못한 채로 그곳에서 며칠을 보낸 후 나는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26

따스한 나날일 테지만 날이 화창할지, 비로 흐릴지, 자욱한 먼지로 희붐하기만 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사실. 꼬물거리는 손으로 당신이 내 손가락을 잡자마자 나는 당신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되겠지요.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51

하지만 나는 또한,

당신이 없는 지금 이곳을 상상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나의 동생 해수가 나와 함께 정동길을 걸으며 서로가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때와 다름없이, 우리가 나란히 각자의 두 발로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말입니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 다른 세계에서도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분명 굳건할 것임을,

당신이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52

여성성을 모성에서 해방시키는 대신, 젊은 여성을 선택의 주체로 호명하는 일은 사실상 선택을 통해 여성을 모성으로 다시금 자연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 모성이 행복과 연결되고 나면, 1970년대 초반에 그랬듯 모성은 더이상 여성의 숙명이 아니라 여성의 욕망으로 간주된다. (……) 그러나 여성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욕망으로서 모성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디어, 정부 정책, 정치 담화 등 다양한 맥락에서 여성의 행복을 규범화하는 전제는 선택이라는 관용어를 통해 모성을 다시금 자연화한다. 모성이 임신한 여성에게 허락된 유일하게 행복한 선택일 때,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괴롭고도 가슴 찢어지는 선택이 된다.(90쪽)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55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배경으로 임신중지 및 재생산권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58

‘나’는 이러한 재현 방식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한다. 희진의 논리대로 약물적 임신중지법이 "차기 임신에 영향을 주지 않아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추구되는 것이라면, 여성은 임신중지를 택하는 순간에도 ‘(미래의) 모성’에 속박되고 말기 때문이다. 정민이 들고 있는 사례 또한 임신중지에 대한 기존의 편향된 이미지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알라딘 eBook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중에서 - P2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