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1789년 1월에 시에예스Sieyes, 1748~1836 신부는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Quest-ce que le Tiers Etat?》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이 소책자에서 제3신분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3 신분이란 무엇인가? 전부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까지 무엇이었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 P28
1789년 8월 4일부터 11일까지 1주일 동안 국민의회의 거물급 귀족들은 봉건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혁명의 주역들은 지난 6월 17일 국민의회를 선포하고, 6월 20일 죄드폼의 맹세로 그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6월 23일 왕의 명령을 거부하여 정치적 구체제절대왕정를 무너뜨린 지 한 달 반 뒤에, 사회적 구체제를 무너뜨렸다. 그후 인권선언에 헌법 정신을 담아 나라를 재조직하는 일과 구체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일에 매달린 국민의회는1790년 6월에는 귀족 칭호까지 금지하게 된다. 이처럼 1년 사이에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 P30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낳은 구체제가 아니라, 프랑스혁명을 낳은 구체제를 이해해야 한다." - P36
구체제는 신분사회였기 때문에 소수가 특권을 누렸습니다. 인구 대다수는 농촌에서 살았고 대부분의 세금은 농민이 냈죠. 도시민은 어떤 물건을 소비하면 소비세를 냈고 귀족은 대개 세금을 면제 받았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때문에 따로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피의 세금을 낸다고 그럴 듯한 이유를 댔던 것이죠. - P37
성직자는 사람들에게 십일조라는 세금을 걷으면서, 한편으로는 나라에 돈을 냈어요. 그런데 그들은 5년에 한 번 기부금의 액수를 정한 뒤 매년 5분의 1씩 나눠서 냈습니다. 그동안 자기 수입이 늘거나 물가가 올라도 5년 동안은 이미 정한 돈만 냈던 것이죠. 이것이 특권임은 아시겠죠? 성직자들이 농민에게는 5년 동안 물가에 따라 세금을 더 걷으면서도 나라에는 고정된 돈을 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는 돈은 ‘세금’이 아니라 ‘기부금‘이라 칭했고요. 그래서 물가가 오르고 돈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은 실제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성직자들은 오히려 수입이 늘었습니다. - P38
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었고, 겨울철에는 더욱 비참했지요. 혁명이 일어나기 전해 여름에는 돌풍이 불고 우박이 떨어지더니, 겨울1788~1789에는 기온이 영하20도 가까이 내려가 사람이 죽어도 땅을 파지 못해 묻을 수없을 만큼 추웠습니다. 그 결과 곡식이 터무니없이 모자랐고, 미국에서 밀을 수입해도 빵 값이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요. 혁명은 국가재정이 바닥나고 혹독한 추위를 견뎌 낸 사람들이 비싼 값에도 빵을 구하기 어려울 때 일어났습니다. - P39
가난한 사람은 면역력이 없기 때문에 가벼운 설사병에 걸리거나 감기에만 걸려도 죽기 쉬웠어요. 그들 주위에는 언제나죽음의 그림자가 따라다녔고, 그래서 죽음을 더 두려워했죠. 임산부도 죽음을 연상시켰습니다. 산욕열로 죽는 임산부, 어머니 배 속에서 죽어 버린 아기,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기가많았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보면, 네 명의 아기 가운데 한 명이 돌을 맞이하지 못했어요. 그러므로 그들은 어둠 악마 지옥과 관련해서 상상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갔던 겁니다. - P42
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말하려면 1789년 5월 5일에 모인 전국 신분회 얘기부터 알아야 합니다. 전국 신분회를 삼부회三部會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삼부회는 일본 말을 그대로빌려 쓴 말이라,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앞으로 삼부회‘보다 ‘전국 신분회‘라는 말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 P46
그런데 1789년의 전국 신분회는 175년 만에 처음 열렸습니다. 그동안 프랑스 왕은 전국 신분회를 소집하지 않고서도 세금을 신설하여 돈을 마련했죠. 돈이 많이 드는 사업 가운데하나가 전쟁입니다. 이기면 다행이지만 지면 나라 살림이 거덜났어요. 루이 14세는 툭하면 전쟁을 벌였고, 그의 증손자인 루이 15세도 여러 번 전쟁을 치렀죠. 그리고 아주 중요한 7년 전쟁1756~1763에서 영국에게 지면서 북아메리카의 식민지를 빼앗겼습니다. 게다가 루이 15세의 손자인 루이 16세는 미국 독립 전쟁을지원했는데, 미국은 독립했지만 프랑스는 별로 얻은 것이 없었어요. 오히려 나라 빚만 늘었죠. 결국 외국에도 손을 벌려 돈을 빌렸지만 돈이 들어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는 이자를 갚는 데만 한 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쓸 정도였습니다. - P47
제3신분 대표들은 자신들이야말로 국민의 98퍼센트를 대표하기 때문에 진정한 주권을 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들의 주장은 몹시 위험했겠죠. 왜냐하면 주권은 왕이 혼자 행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전국 신분회에서는거의 600명이나 되는 제3신분이 똘똘 뭉쳤고, 거기에 일부 귀족과 성직자가 합세해서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6월 17일 전국 신분회를 국민의회라 부르기로 결의합니다. 국민의회는 지금의 국회에 해당해요. 제3신분 대표들이 주축이 되어 국회를 만든 것은 혁명의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절대군주의 의지가 곧 법이 되던 시대가가고, 이제 국민의 의지가 법으로 나타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죠.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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