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지, 아가씨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을 책망할 사항들을 적은 목록이 늘어난다는 걸 잘 모를 거요. - P871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멀어버린 눈이 멀어버린 눈을 응시했다. 그들의 얼굴은 감동으로 불그레하게 달아올랐다. 한 사람이 그 말을 했고, 두 사람이 그것을 원했으므로 그들은 삶이 함께 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데 합의했다.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는 두 손을 내밀었다. 앞을 더듬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에게 내어주려고 내밀었다. 두 손이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의 두 손과 만났다. - P876
만일 우리가 있는 곳이 눈먼 사람들의 땅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백색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고, 쓰레기, 파편, 돌조각, 화학 폐기물, 재, 타버린 기름, 뼈, 병, 내장, 납작한 건전지, 비닐 봉투, 산더미 같은 종이를 가득 싣고 오는 유령 같은 짐마차와 트럭들을 볼 수 있을 텐데. - P883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입에 들어갈 걸 빼앗은 거야, 우리가 너무 많이 빼앗았다면 우리는 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거지, 이런저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 살인자야. - P896
슈퍼마켓을 나섰을 때, 그녀는 힘이 없어 비틀거렸고, 그는 눈이 멀어 비틀거렸다. 누가 누구를 부축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897
이 눈물을 핥아주는 개의 조상들은 성자들이 성자로 인정이나 승인을 받기 전에 그들 몸의 곪은 상처들을 핥아주며 선하고 충실하게 봉사했다. 이것은 성자의 명성에 기대고자 하는 사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오로지 이타적인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우리가 잘 알 듯이, 몸에 아무리 상처가 많다 해도, 그리고 개의 혀가 닿을 수 없는 영혼에 아무리 상처가 많다 해도, 모든 거지가 다 성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눈물을 핥아주는 개는 그런 혈통에 힘입어, 신성한 공간으로 들어갈 용기를 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문지기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눈물을 흘렸던 여자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 P900
그렇지 않아요, 성상들은 그들을 보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봐요, 다만 이제 실명이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되는 바람에 성상들도 못 보게 된 거죠. - P906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예요, 기다려봐야 해요, 시간을 줘봐야 해요,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예요, 그런데 혼자 손에 모든 카드를 쥐고 있어요, 우리는 삶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죠, 그게 우리 인생이에요. - P909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마침내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했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눈꺼풀 안쪽이 어두워졌다. 내가 잠이 들었구나, 그는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그는 잠이 들지 않았다. - P921
순간 그의 영혼에 커다란 공포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하나의 실명에서 다른 실명으로 옮겨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빛의 실명 상태에서 살았는데, 이제 어둠의 실명 상태로 옮겨가게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공포로 인해 그는 몸을 떨었다. - P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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