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침대 하나를 건널 때마다 뉴스는 점점 왜곡되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개인적 낙관주의나 비관주의에 따라 세부 사항이 축소되기도 하고 과장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 P424

그녀 자신의 내부로 움츠러들고 싶은 갈망 때문인 것 같았다. 눈, 특히 눈이 안을 향하여, 좀더 안으로, 좀더 안으로, 좀더 안으로 들어가, 마침내 그녀 자신의 뇌의 내부에 이르러 그곳을 관찰하고 싶은 갈망. 보는 것과 못 보는 것의 차이가 맨눈에는 드러나지 않는 그곳을 관찰하고 싶은 갈망. - P449

사실 우리가 이기주의라고 부르는 그 제 이의 살갗 없이 태어난 인간은 없으며, 제 이의 살갗은 너무 쉽게 피를 흘리는 원래의 살갗보다도 훨씬 오래 지속되기 마련이다. - P484

역시 우리가 생각한 것이 옳았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우리가, 행동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 P491

둘 사이에 누워 있는 남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상식적인 관념이나 현실 세계를 벗어난 논리로 남자를 포용하는, 짧고 음모적인 대화였다. - P495

눈물은 그곳에서 사라져, 인간의 불가해한 기쁨과 슬픔이 형성하고 있는 영원한 순환 주기 속으로 다시 편입될 터였다. - P496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정신병원에서 몸의 정결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직도 의미가 있다면. 어차피 영혼의 정결은, 우리가 알다시피, 누구도 다다를 수 없는 것이고. - P521

언제 살인이 필요할까, 그녀는 생각하면서 현관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이미 죽은 것이 될 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그게 무슨 뜻일까, 말이야, 그저 말일 뿐이야. - P545

누가 한 말인지 몰라도, 그 말은 맞소, 늘 수치심이 없어 배를 채울 수 있었던 자들이 있었소, 하지만 우리는 우리 분수에 맞지 않은 마지막 한 조각의 존엄성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소, 이제 우리에게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하는 것을 찾기 위해 싸울 능력 정도는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 P554

어떤 사람들은 이보다 작은 일에도 목숨을 걸었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내 목숨을 내놓을 생각은 없어요. 그럼 당신은 누군가 당신에게 먹을 걸 주기 위해 목숨을 잃었을 때, 그걸 먹지 않고 굶을 생각은 있소. 검은 안대를 한 노인이 신랄하게 쏘아붙였다. 상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 P555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을 받았다, 여자들은 번갈아가며 다시 태어나요, 점잖은 여자는 창녀로 다시 태어나고, 창녀는 점잖은 여자로 다시 태어나죠. 이어 긴 침묵이 흘렀다. - P577

그것은 그들의 첫 두목의 비극적 죽음 뒤에 그 병실에서 모든 규율과 복종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권력을 찬탈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눈먼 회계사의 심각한 실수였다. 결과는 그 정반대였던 것이다. 그가 총을 쏠 때마다 총알이 거꾸로 튀고 있는 셈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총을 쏠 때마다 조금씩 권위를 잃어갔다. 따라서 총알이 다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보자. 수도사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이 아니듯, 왕의 홀을 쥐었다고 해서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 P593

여기서는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실명은 또 이런 것, 모든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 P594

그러나 지금은 눈이 보여도 결과는 똑같았다. 죽으면 모두가 똑같이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니까. - P595

각 병실 내부는 수펄들이 살고 있는 벌집 같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질서와 조직에는 별 관심이 없이 윙윙거리기만 하는 곤충들 말이다. 이 곤충들은 평생 무슨 일을 한다는 증거도 없으며,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는 증거도 없다. - P598

다행히도, 인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악에서도 선이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에서도 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들을 잘 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런 것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순들이며, 경우마다 둘 가운데 어느 한쪽을 더 많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선은 병실마다 문이 하나밖에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 P606

어쩌면 라이터를 들고 있던 여자가 노인의 입을 통해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눈먼 회계사가 마지막으로 쏜 총알에 맞아 죽는 행운을 얻지 못했던 여자. - P610

눈먼 사람에게 말하라, 너는 자유다. 그와 세계를 갈라놓던 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가라, 너는 자유다. 그러나 그는 가지 않는다. 그는 길 한가운데서 꼼짝도 않고 그대로 있다. 그와 다른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 P615

도시의 미로에서는 기억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억이란 어떤 장소의 이미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것뿐이지, 우리가 그 장소에 이르는 길을 생각나게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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