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했다. 자식새끼들 키울 적엔 하루에도 열두 개씩 생각났는데, 제 살길 보내고 나니 다 까먹었다고 했다. "미루다 보면 잊는 법이다." 구십 둘 할머니의 인생 조언이 무겁게 다가온 이유다. - P15

처음엔 비슷하게 생각했다. 행복이란 건 비행기표를 끊고 바다에 놀러 가 뛰어내리는 다이빙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출금에 허덕이느라 쥐뿔도 없는 내겐 사치라 여겼고.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앞으로 더 없어질 거다. 시간도 그렇고, 여유도 그렇고, 용기는 말할 것도 없다. 행복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 P16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는, ‘그냥 이런 게 인생입니다’ 라고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싫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게 7m, 5m, 아니 1m는커녕 동네 목욕탕에서 하는 1cm짜리 다이빙 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 P17

태수 씨에게 전화가 걸려 온 것도 그때쯤이었다. "문정 씨, 제가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요." 솔직히 그리 재밌진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허술하고 불안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더 나빠질 것도 없잖아.’ - P20

먼저, 여기까지 읽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축하한다. 당신은 세 번째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 P23

일상에 타격 없을 만큼 작은 행복. 아무것도 없지만 멋은 있고 싶었던 우리는 프로젝트의 이름을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1cm Diving’ - P23

이 책에는 실제 다이빙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별 것 없는 행복을 찾기 위한 궁상맞은 몸부림이 나올 뿐이다. 우리는 이 책을 찾아온 당신에게도 그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시작하기 전, 안내서를 첨부한다. - P24

1. 1cm 다이빙이란
실제로 하는 다이빙은 아니고, 비유다. 그러니까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현실에서 딱 1cm 벗어날 만큼 작은 행복. - P25

아이폰에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기능이 있다. 하루 동안 사용한 스마트폰 시간을 보여주는 기능인데, 인터넷에서 이 스크린 타임이 4시간이라고 떠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글을 봤다. 내 스크린 타임에 찍힌 숫자를 확인해봤다. 6시간, 아직 저녁이 되기도 전이었다. 이상하게 헛웃음이 나왔다. - P37

그렇다면 맥주 마시면서 영화 볼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꼽자면 영화와 맥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두 개를 동시에 하는 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다. 냉장고에 영화 보면서 마실 맥주를 채워 놓을 때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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