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테리 레녹스를 보았을 때, 그는 취해서 ‘더 댄서스’의 테라스 바깥에 세워놓은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 안에 있었다. 주차원이 차를 꺼내왔지만 테리 레녹스가 왼쪽 다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 다리를 여전히 밖에 축 늘어뜨리고 있어서 문을 닫지 못한 채 붙들고만 있었다. 얼굴은 젊어 보였지만 머리카락은 백발이었다. 눈빛을 봐서는 머리꼭지까지 술에 취해 뻗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한다면 돈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술집에서 돈을 펑펑 써대는 야회복 차림의 멋쟁이 젊은이들과 별반 다르지도 않았다.

-알라딘 eBook <기나긴 이별 (필립 말로 시리즈 6)>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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