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악은 거의 무지에서 비롯되며, 또 선의도 총명한 지혜 없이는 악의와 마찬가지로 많은 피해를 입히는 수가 있는 법이다. 인간은 악하기보다는 차라리 선량한 존재이며,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 무식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구원될 수 없는 악덕은 스스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그럼으로써 스스로 사람을 죽이는 권리를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이며, 가능한 한 총명을 갖추지 않고서는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영웅적인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랑이 보건대의 서기 비슷한 역할을 맡기로 작정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랑이야말로 리외나 타루 이상으로 그러한 보건대의 일을 원활하게 하고 있던, 그 조용한 미덕의 사실상의 대표자였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그렇다, 인간이 이른바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 놓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 그런 존재가 꼭 필요하다면, 필자는 바로 이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영웅, 몸에 지닌 것이라고는 다소의 선량한 마음과 약간의 고운 마음씨와 표면적으로는 우스꽝스러운 이상밖에 없는 그 영웅을 여기에 내놓는 바이다.
이 침묵, 이 색채와 움직임의 죽음은 재화에 의한 침묵과 죽음인 동시에 여름의 침묵과 죽음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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