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민족들이 흩어져 퍼질 시간이 되었으며, 셈Shem·햄Ham·야벳Japheth의 자손들이 온 세상을 차지했다. 남쪽으로 향한 햄의 자손들은 미스라임Mizraim의 인도로 나일강을 건너 아라비아 사막과 페르시아만 사이에 이집트 왕국을 건설했다. 500년 후 람세스 2세가 테베Thebes를, 우코레우스Uchoreus가 멤피스Memphis를 세울 터전이었다.
셈의 자손들은 동쪽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세 아들을 중심으로 무리를 나누어, 강의 지류가 갈라지듯이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장남인 엘람Elam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건너고 이름 모를 산들을 넘어가 엘람인의 왕국을 세웠다. 엘람 왕국은 지금도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나 키루스Cyrus(키루스 2세.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건설자_옮긴이) 같은 위대한 도시나 인물의 이름을 통해 기억되고 있다.
둘째 아수르Assur는 메소포타미아와 시리아 중간에서 여정을 멈추고, 니네베Nineveh를 건설해 아시리아 왕국의 기틀을 세웠다. 아시리아 왕국은 사냥의 명수인 니므롯Nimrod부터 시작해 서른네 명의 왕이 뒤를 이어 다스리다가 사르다나팔루스Sardanapalus에 이르러 멸망했다.
셋째 아르박삿Arphaxad은 페르시아만 왼쪽에 칼데아 왕국을 세웠다. 칼데아인들은 혜택받은 자손으로서 언젠가는 하느님의 백성이라 불리게 되고,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데라Terah를 낳을 운명이었다.
야벳의 자손들이 선택한 땅은 암울한 편이었다. 이들은 그리스에서 잠시 멈춰 시키온Sicyon과 아르고스Argos를 건설했다. 그 후, 야벳의 자손들은 뿌연 안개를 헤치고 서쪽으로 나아가 노바야제믈랴Novaya Zemlya 섬부터 지브롤터 해협, 흑해부터 노르웨이 해안까지 온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히브리인들은 야벳의 자손이 차지한 이 지역을 ‘민족들의 제도諸島’(창세기 10장 5절 "이들에게서 바닷가 민족들이 퍼져나갔다." 참조_옮긴이)라고 불렀다. 유럽을 섬으로 생각한 무지에서 나온 표현이지만 시적인 표현이다.
정복을 대표하는 로마에서는 장군이자 독재관인 카이사르Caesar(서기전 100~서기전 44)의 군대가 열네 개 민족이라는 지류를 집어삼키며 거대한 강물을 이루어 세상을 휩쓸었다. 열네 개의 지류가 하나의 강으로 합쳐지듯 열네 개 민족이 하나의 국민으로 모였다. 언어도 통일되었다. 이들은 나중에 모두 카이사르의 수중에서 벗어나지만, 결국에는 더 억센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Octavianus Augustus(재위 서기전 27~14. 로마제국 제1대 황제_옮긴이)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들은 제국 중의 제국인 로마를 이룰 운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