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의 주제를 이루고 있는 이상한 사건들은 194×년에 오랑[알제리 북서부 오랑 주 북부의 주요 도시]에서 발생했다. 보통 경우에서 좀 벗어나는 사건치고는 그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오랑은 언뜻 보기에는 사실 평범한 도시고, 알제리 해안에 위치한 프랑스의 현청 소재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11/878p)
그러나 어쨌든 기록 작가란 사람이 그러한 모순을 참작할 수는 없다. 그의 임무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것이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었으며, 따라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의 진실성을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인정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몇천 명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단지 ‘이런 일이 생겼더라’고 말하는 것뿐이리라.
4월 16일 아침,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자신의 진찰실에서 나오다가 층계참 한복판에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보았다. 그는 즉각 아무 생각 없이 그 쥐를 치워버린 다음 층계를 내려왔다. 그러나 거리에 나왔을 때 ‘쥐가 나올 곳이 못 되는데……’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리외는 출구 근처의 플랫폼에서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예심판사 오통 씨와 마주쳤다. 의사는 그에게 여행을 가느냐고 물어 보았다.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고 머리카락이 검은 오통 씨는 어떻게 보면 예전의 사교계 인사 비슷하고 또 어떻게 보면 장의사의 일꾼 비슷했는데, 상냥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바로 그날 오후에 리외가 진찰을 시작할 무렵 어떤 사람이 그를 찾아왔는데, 그는 신문기자이며 아침에 한 번 다녀갔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레이몽 랑베르였다. 키는 작달막하고 어깨는 옹골차며, 결단성 있게 생긴 얼굴에 눈이 맑고 슬기로운 랑베르는 간편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생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는 대뜸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신은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신문기자란 진실을 보도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입니다"라고 랑베르는 대답했다.
장 타루는 연신 담배를 빨면서, 자기 발밑의 층계에서 죽어가고 있는 쥐 한 마리의 마지막 경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흐리멍덩한 눈을 치뜨고 침착한 눈길로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 쥐들의 출현은 좀 희귀한 일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바로 그때 의사는 아파트 앞 현관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수위를 발견했는데, 여느 때는 벌겋던 얼굴이 피로에 지쳐 있었다.
그래도 리외는 시청의 서해대책과(鼠害對策課)에 전화를 걸었다. 그곳 과장인 메르시에를 그는 알고 있었다. 과장에게 수많은 쥐들이 바깥으로 나와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밤에 보도를 산책하는 사람이 죽은 지 얼마 안 된 쥐의 탄력 있는 몸뚱이를 밟는 일도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우리의 집이 서 있는 바로 그 땅이 속으로 곪은 고름을 짜내고 여태까지 그 내부에서 곪고 있던 응어리와 더러운 피를 내뿜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날 정오에 의사 리외가 자기 집 앞에다 차를 세웠을 때, 길모퉁이에서 수위가 고개를 숙이고 팔다리를 휘청거리며 마치 인형 같은 자세로 가까스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파늘루 신부였다. 그는 박학하고 열렬한 제수이트 파의 신부로서 리외도 전에 가끔 만난 일이 있었으며, 이 도시에서는 종교 문제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들까지도 그를 대단히 존경하고 있었다.
숨 가쁜 목소리였다. 리외는 수위를 떠올렸으나 일단 뒤로 미루기로 마음을 먹었다. 몇 분 후에 그는 변두리 구역에 있는 페데르브 가의 나지막한 집의 문으로 들어섰다. 서늘하고 구린내가 나는 계단의 중간쯤에서 그는 자신을 마중하러 내려온 서기인 조제프 그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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