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첫 글자는 과거에는 ‘대마, 삼 마(麻)’를 썼으나, 현재는 주로 ‘저릴 마(痲)’를 씁니다.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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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마약류는 코카인, 아편, 헤로인 같은 ‘마약’과 LSD, 프로포폴, 히로뽕(필로폰)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 그리고 마리화나, 하시시가 포함된 ‘대마류’로 구분합니다. 마약류에 포함되진 않지만, 본드, 부탄가스, 아산화질소도 환각물질로 지정해 흡입을 금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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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 달라진 그 순간을 일종의 특이점이라고 해보죠. 인간은 어떻게 그 특이점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요?
미국의 학자 테렌스 맥케나Terence McKenna는 자신의 저서 『신들의 음식Food of Gods』에서 ‘마약 원숭이stoned ape’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합니다. 그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stoned ape를 직역하면 ‘(무언가에) 취한 유인원’ 정도지만,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마약 원숭이’로 표기합니다. 『마약의 역사』를 참고한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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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마약 원숭이 가설은 정설이 아닙니다. 야생의 동물들도 환각 식물을 즐기는 경우가 있으니 인류의 조상도 섭취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때문에 인류가 진화했다고 주장하려면 훨씬 많은 증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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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화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해봤을 때, 마약 가설보다는 화식火食 가설이나 육식 가설이 더 그럴듯할 뿐이죠.3 하지만 진화는 복잡한 과정이고, 중간에 어떤 원인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을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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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만 2,000년쯤부터 샤머니즘, 토테미즘, 애니미즘 같은 기초적 형태의 종교들이 생겨납니다. 학자들은 이때부터는 인류가 확실히 마약을 인식했다고 봅니다. 종교지도자인 샤먼이 주로 마약을 사용했는데, 이들은 의사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에 주변 식물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주로 마약류 버섯이나 풀을 이용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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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가 되고 농경이 시작되면서, 마약은 단순히 주워 먹는 수준을 넘어 재배되기 시작합니다. 기원전 5,000년쯤 되면 천연 마약 중에 성능이 꽤 좋은, (지금까지 사랑받는) 대마초, 양귀비, 코카coca가 등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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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스모스』로 유명한 과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자신의 책 『에덴의 용: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의 친구가 연구를 위해 원시 상태의 삶을 유지하는 피그미족과 한동안 함께 생활했는데, 수렵·채집으로 삶을 영위하는 피그미족이 유일하게 길러서 수확을 하는 작물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대마(마리화나)였다고 합니다. 식량이 아니라 마약을 먼저 재배한 거죠. 칼 세이건은 피그미족뿐 아니라 다른 원시 부족도 이런 방식으로 농업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마약 재배가 농업의 발견, 나아가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즉,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하기 위해 최초의 농경이 시작되었고, 그러다 ‘식량도 재배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거죠.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칼 세이건은 대마초 옹호론자였습니다. 당연히 직접 피우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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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000년경이 되면 큰 문명이 생기고, 도시도 생기고, 문자도 생깁니다. 문자가 생긴 시점부터 바로 마약에 대한 기록이 발견됩니다. 즉, 그 이전부터 마약이 존재했다는 뜻이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양귀비, 인더스와 황허 문명에서는 대마, 마야 문명에서는 코카잎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마약식물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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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라는 여신이 있습니다. 대지와 풍요의 상징이죠. 대지와 풍요는 곧 농업을 의미하니까, 농경사회에서 꽤 끗발 날리는 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데메테르의 상징 중 하나가 양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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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은 양귀비의 즙을 가공해 만든 마약입니다. 화학적인 과정이 없으니 당시에도 쉽게 만들 수 있었죠. 그리스신화 속에서는 아편을 데메테르 여신이 가져왔다고 되어 있는데, 대지와 농업의 여신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선물이 아편이라니, 칼 세이건의 추측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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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적 원리와 영적인 선이라… 플라톤이 말하는 이데아가 키케온을 마시고 본 환각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철학이 갑자기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뭔가 큰 배신감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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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호메로스Homerēs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도 마약이 등장합니다. 보통 술에 아편을 섞은 형태로 나오는데,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걸린 이들에게 안식을 주고, 부상의 고통을 덜어주죠. 재밌는 건, 작품 속에서 아편이 간혹 ‘망각의 약’으로도 사용된다는 겁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헬레네는 병사들의 상처와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 술에 특별한 약(아편)을 첨가하는데, 그 술을 마신 이들은 부모와 형제를 잃은 슬픔을 망각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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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Rome>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심심하면 마리화나를 피웁니다. 이를 담배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담배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문화로 유럽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아메리카 대륙에 다녀온 이후에 들어옵니다. 즉, 로마엔 담배가 없었죠.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도 마리화나를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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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로마 시내에만 800개 가까운 아편가게들이 있었고, 로마 당국의 총 세입 중 15퍼센트가 아편에서 나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엄청난 수요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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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과 마리화나 외에도 벨라돈나, 사리풀, 독미나리, 아코닛, <해리포터>에도 등장하는 맨드레이크 같은 독성식물들, 그 외 각종 환각 버섯이 이 시대에 마약으로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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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Assassin, 암살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아사신حشّاشين’이라는 이슬람 단어에서 왔는데,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아사신은 시아파 계열의 이스마일파 중 한 분파로, 극단적인 성향의 과격한 소수파였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테러 집단이 그러하듯 소수정예 암살 집단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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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을 이끈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도 "나는 마녀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 모두를 불태울 것이다"라고 공공연하게 예고 살인을 천명하고 다녔습니다. 장 칼뱅Jean Calvin도 "모든 마녀는 말살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죠. 종교를 바로 세우자는 루터와 칼뱅 다 좋은데, 이 사람들이 한 일을 자세히 보면 다 미치광이 정신병자였습니다. 그래서 구교가 안정적으로 지배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마녀사냥이 별로 없었지만, 신교와 구교가 치열하게 대립했던 독일,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신교든 구교든 신나서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댄 거죠.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유럽에서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한 사람은 약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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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교의 광기에도 불구하고, 르네상스시대에 마약은 다시 활성화됩니다. 르네상스의 모토가 ‘그리스·로마시대로의 회귀’이다 보니, 마약에 대한 인식도 중세의 부정적인 입장에서 과거의 중립적인 입장으로 돌아간 거죠. 많은 분이 르네상스를 이성의 시대로 생각하지만, 사실 르네상스는 이성의 시대라기보다는 반중세의 시대였습니다. 중세적이지 않은 모든 것, 가령 환상과 미신 같은 것도 크게 유행하던 시기였죠. 그 반중세적인 것들 중 하나가 이성과 과학이었습니다. 엄밀한 의미의 이성의 시대는 17세기가 되어서야 성립됩니다. 그래서 17세기를 과학혁명의 시대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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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후를 배경으로 한 서양 시대극을 보면 귀족이나 왕족들이 향수병 비슷하게 생긴 병에 담긴 액체를 손수건에 적셔서 흡입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바로 로더넘, 아편팅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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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커피보다 차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유일한 서유럽 국가입니다. 그러나 영국도 17세기 초까지는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커피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런던에만 3,000여 개의 커피하우스가 있었죠.
당시 영국과 네덜란드의 상인들은 유럽 커피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아라비아반도의 커피를 사들여 유럽에 판매했죠. 하지만 커피 수요가 점점 증가하자, 네덜란드는 커피 원두를 빼돌려 자신의 식민지였던 자바섬과 실론섬에서 직접 재배합니다. 그 결과 가격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시장을 압도하게 되죠.
결국 영국 동인도 회사는 주력 상품을 커피에서 홍차로 바꿀 수밖에 없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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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한국의 속담에 따라, 식민지였던 인도 벵골 지역의 논밭을 싹 밀어버리고 양귀비 밭을 조성합니다. 이 조치로 ‘벵골 대기근’ 때 300만 명이 넘는 인도인이 아사하게 되지만, 영국 입장에서는 알 게 뭔가요. 당장 그해에만 청나라에 판 아편 수입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났는데요.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이겼기에 망정이지, 졌으면 지금 독일이 지고 있는 원죄는 영국이 지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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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편 무역은 19세기 후반까지 100년 넘게 세계에서 단일 상품으로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됩니다. ‘불법’이었는데 말이죠. 거대한 국제범죄를 당시 최강국가가 체계적으로 후원한 셈입니다. 물론 네덜란드, 일본 같은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도 숟가락을 얹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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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에는 모르핀이 개발됩니다.
모르핀은 아편의 업그레이드 버전입니다.
의사들은 주사기와 결합한 이 모르핀을 마구잡이로 투여하기 시작합니다. 조금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일단 모르핀부터 맞고 시작하는 거죠.
특히 미국의 남북전쟁, 오스트리아-프로이센전쟁, 프랑스-프로이센전쟁에서 병사들에게 막무가내로 모르핀을 투여합니다.
이 전쟁에 참여한 대부분의 병사가 전쟁 후 심각한 중독 현상에 시달리게 되죠. 군인 중독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핀중독을 ‘군인 질병soldier’s disease’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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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이 제시하는 마약의 기준을 쭉 읽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는데, 약물의 위험성과 의존성이죠. 그 기준에 따라 아편, 엑스터시, 헤로인, 대마초, 히로뽕, 코카인 등이 마약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알코올(술), 니코틴(담배), 카페인(커피)은 마약에서 제외됐죠. 법적으로는요. 이게 과연 합당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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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건국의 아버지6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제지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공장에서는 종이를 대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벤저민 프랭클린이 작성한 미국 독립선언문은 대마 종이에 인쇄되었죠. 미국의 건국 정신은 그야말로 대마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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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는 해외에서는 주로 마리화나로 불립니다.
마리화나marihuana란 이름은 스페인어 여성 이름 중 가장 흔하다는 ‘마리아Maria’와 ‘후아나Juana’를 합쳐 만든 합성어죠. 이것을 하면 ‘여성과의 성관계처럼 좋다’ 혹은 ‘여성의 품처럼 아늑하다’라는 뜻에서 시작된 단어로 보입니다. 단어의 시작부터가 은어인 거죠.
마리아의 ‘M’과 후아나의 ‘J’를 따서 ‘MJ’라 부르기도 하고,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를 다시 은어화해서 ‘메리제인Mary Jan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팝 가사에서 메리제인이라는 여성을 찬양하거나 그리워하는 경우, 대마초를 비유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검열 들어오면, "이거 사랑 노랜데, 왜? 뭐?" 이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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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라는 표현이 익숙해서 흔히 사용하지만, 공식 명칭은 ‘칸나비스cannabis’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canvas’와 철자가 비슷하죠? 캔버스라는 명칭이 칸나비스에서 딴 겁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초기 캔버스는 대마로 만들어졌죠. 마리화나보다 칸나비스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지만 사회적 금기가 늘 그렇듯 정식 명칭보다는 은어가 많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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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까지 진통제와 마취제, 수면제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 널리 사용됐습니다. 당시에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북부, 아시아에서 광범위하게 길러졌지만, 현재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양귀비의 80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 외 나머지는 동남아시아 라오스, 미얀마에 위치한 ‘황금 삼각지대Golden Triangle’에서 합법 혹은 불법으로 재배됩니다. 키우기 어려운 식물은 아니어서 국내에서도 매년 100여 명이 텃밭에서 몰래 키우다가 검거되곤 하죠.

-알라딘 eBook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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