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떠하여야 비로소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경지라 하수 있을까?
바로 "천지 만물의 법칙에 순응하고, 천지간 육기의 변화에 통달해 무궁한 대도의 품에서 즐겁게 노니는 것" 이라는 게 장자의설명이다. 소요의 지극한 경지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여 그 같은 것지에 다다랐다면, 그를 일컬어 ‘지인‘이라 해도 가하고, ‘신인‘이라 해도 가하며, ‘성인‘이라 해도 가하다.
여기서 이른바 ‘지인무기至人無己 는 그 본체를 두고 이르는 것으로, 그는 대도와 하나 되고, 또한 곧 만물과 하나 될 따름이며, 결코 자신의 주의 주장을 고집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무기‘라고 한 것이다.
신인무공神人無功‘은 그 공용功用을 두고 이르는 것으로, 그는 기본적으로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하여, 우주 만물의 자연적 변화 발전에 순응해 무위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이루어내지 않는 것이 없나니, 굳이 애써 공업功業(큰 공로가 있는 사업)을 이루려 하지 않음은 물론, 설령 공업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결코 그것을 자부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무공‘이라고 한 것이다.
성인무명聖人無名은 그 명상名相(불교 용어로, 귀에 들리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을 이르는데, 그 모두가 허망하고 거짓된 것이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에 집착해 온갖 번뇌망상을 일으키게 함)을 두고 이르는 것으로, 그는 항상 "뭐라고 이름을 붙 여부를 수 없는 대도의 질박함(無名之樸)" (『노자』 37장)을 견지하며 명예나 명성을 추구하지 않음은 물론, 설령 본의 아니게 명예나 명성을 얻었다 하더라도 결코 그것을 자부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무명‘이라고 한 것이다.
이렇듯 장자가 말하는 ‘지인‘ ‘신인‘ ‘성인‘은 하나같이 도체道體(도의 본체)의 화신化身으로, 가히 ‘삼위일체三位一體라 할 것이다.
이 「소요유편」은 글머리부터 여기까지가 전편의 총론이자 서론으로, 그 논리의 핵심은 바로 글 말미의 "만약 천지 만물의 법칙에 순응하고"에서 "성인은 명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까지의 말로 귀결되고 있다. 그리고 아래의 각 단락에서는 바로 그 함의를 부연했다.
(38-3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