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스의 딸들인 케레스는 끔찍한 죽음을 주관하는 불쾌하고 탐욕스러운 정령들로, 주로 시체를 찾아다녔다. 노르웨이와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발키리처럼 그들도 전장에서 죽은 전사들의 영혼을 수집했다. 그러나 자애로운 발키리와 달리 케레스는 영웅들의영혼을 천국 같은 발할라 궁전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들은 이시체에서 저 시체로 날아다니며 시체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었다. 피가 완전히 다 빠진 시체는 어깨 너머로 던져버리고 다음 시체로옮겨갔다. (77p)
태초의 바다 신 폰토스와 가이아 사이에 아들 포르키스와 딸 케토가 태어났다. 이 남매가 결합하여 섬에 사는 세 자매 고르고네스(단수형은 고르곤), 즉 스테노, 에우리알레, 메두사를 낳았다.
꿈틀거리는 독사들로 이루어진 머리칼, 뚫어질 듯 응시하는 강렬한 눈, 사악한 억지 미소, 멧돼지의 엄니, 놋쇠 갈퀴손과 맹금의 발톱이 달린 발, 비늘 달린 황금빛 몸. 이 괴물 자매들은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시무시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고르곤의 눈과 마주친 사람은 말 그대로 곧장 돌로 변해버렸다. ‘돌이 된‘ 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페트리파이드 petrified‘에는 ‘겁에 질려 몸이 굳은‘ 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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