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추운 밤이었다. 눈이 땅에 겹겹이 쌓여 두껍게 얼어 있어서 골목이나 모퉁이에 쌓인 눈더미만이 날카로운 바람에 울부짖듯 흩날렸다. 손아귀에 걸려든 먹이에 더욱 세차게 노여움을 쏟아내듯 바람은 눈을 거칠게 사로잡아 구름 속에서 안개 소용돌이를 만들어 공중에 흩뿌렸다. 이렇게 황량하고 암울하며 살을 에는 추위가 음습하는 밤에는, 번듯한 집에서 따뜻한 화롯가에 둘러앉아 있다는 사실을 하느님께 감사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집이 없는 사람들이나 굶주리고 비참한 처지의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기 십상이었다. 이런 날에는 굶주림에 지친 부랑자들이 수도 없이 텅 빈 거리에서 눈을 감는다. 이들의 죄가 무엇이건 이보다 더 쓰라린 세상에서 눈을 뜨는 일은 없을 터였다. (362/88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