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정을 쏟은 사람들은 전부 무덤에 묻혀 있지. 내 평생의 행복과 즐거움이 그 무덤에 함께 묻혀 있긴 하지만, 내 마음속 가장 값진 감정까지 묻어놓진 않았단다. 오히려 깊은 불행으로 인해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지 (223/883p)
무대 위 관습처럼 모든 극악한 멜로드라마에서는 비극적인 장면과 희극적인 장면이 베이컨의 켜켜이 쌓인 붉은 줄과 흰 줄 마냥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269/883p)
한 마디로, 이 교활한 유대인 노인이 올리버를 올가미에 얽어맨 셈이다. 맨 처음에 올리버를 고독하고 우울한 상태로 내버려 둠으로써, 이제 황량한 곳에서 혼자 슬픈 생각에 잠겨 있느니, 누구라도 함께 있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페이긴은 서서히 올리버의 영혼에 암울한 독을 주입하면서 순수한 영혼을 더럽히려 하고 있었다. (301/883p)
유대인 노인이 돌아다니기에는 딱 맞는 밤 날씨 같았다. 이 추악한 노인이 벽과 문간 아래로 숨어서 미끄러지듯 걸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진흙과 어둠에서 만들어진 징그러운 파충류가 밤에 먹이를 찾아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303/883p)
올리버는 바닥에 놓인 후줄근한 침상에 누워 곤히 잠들어 있었다. 불안으로 하얗게 질리고 슬픔이 가득한 얼굴이라서인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수의를 입고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아니라, 막 숨을 거뒀을 때 보이는 모습 같았다. 어리고 부드러운 영혼은 방금 하늘로 날아갔지만,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에 아직 세상의 역겨운 공기가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 말이다. (319/8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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