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케게, 목양견, 젖소, 옥수수 등에서 볼 수 있는 인위 도태의 핵심은 식물과 동물의 외형적 특성과 행동 형질 들이 그대로 유전된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은 특정 변종의 번식을 조장하고 다른 변종의 번식을 억제해 왔다.
(71-72p)

인간이 동식물의 새로운 품종을 만들 수 있을진대, 자연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자연적으로 유전 형질이 변하는 과정을 우리는 자연 도태 natural selection 혹은 자연 선택이라고 한다.(72p)

자연 도태가 진화의 기작이라는 사실은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위대한 발견이다. 100년도 더 전에 그들은 대자연이 생존에 더 적합한 종들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산성多産性이야말로 자연 생물계의 특성이다. 자연은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 수보다 훨씬 더 많은 후손을 낳게 만든다. 그 많은 후손들 중에서 우연히 자연에 더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만 살아남게 되므로, 결국 그러한 형질을 갖고 태어난 종이 선택적으로 번성하게 된다. 유전 형질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돌연변이는 순종을 낳는다. 그러므로 돌연변이가 진화의 동인이 된다. 수많은 돌연변이들 중에서 생존율을 증대시킬 수 있는 소수만이 선택되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생물은 하나의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종의 기원이요 진화의 실현이다. (73-74p)

우리가 자연스럽게받아들이고 있으며 마음에 들어 하는,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생물 세계에 대한 전적으로 인간적인 해석인 것이다. 그러나 다윈과 월리스는 설계자가 존재한다는 생각만큼 우리 마음에 들고 또 그만큼 인간적이지만, 설계자의 존재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자연 선택이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었다. 자연 선택은 영겁의 세월 속에서 생명의소리를 더 아름다운 음악 작품으로 조탁해 왔다. (76p)

이렇게 해서 앞으로 모든 지상 생명 현상의 주인공 구실을 하게 될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 분자, 다시 말해 DNA의 원형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DNA는 나선형으로 꼬인 긴 사다리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 사다리의 가로대는 각각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들이 바로 유전자 코드를 기술하는 네 가지 부호이다. (80p)

사다리의 가로대를 뉴클레오티드 nucleotide라고 부르며 그 가로대들이 모여서 주어진 생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설계도, 즉 유전 설계도를 이룬다. 지구상 모든 형태의 생물들은 각각 그 형태에 맞는 설계도를 갖고있다. 그러나 설계도들은 모두 앞에서 이야기한 네 개의 문자만으로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언어로 씌어 있다. 유기체의 종류마다 유전 형질이 다른 이유는, 유전 설계도가 비록 같은 언어로 씌어 있지만 그 내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뉴클레오티드의 변화에서 초래되고 변화된 형질은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해진다. 즉 돌연변이는 순종을 생산한다. 뉴클레오티드에 일어나는 변화는 무작위적이다. 그래서 태어난 돌연변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비기능성 효소들을 만들게 되므로, 돌연변이는 대부부의 경우 결과적으로 해롭거나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려면 오랜 세월을 기다려다. 뉴클레오티드는 폭이 겨우 1센티미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지극히 작은 물질이다. 이렇게 작은 물질에서 일어난 변화들 중 지극히 일부의 경우가 이로운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진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81p)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 복제술의 완성도는 점점 나아졌다. 마침내 특정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분자들이 한데 모여서, 일종의 분자 집합체인 최초의 세포가 만들어졌다. 오늘날 식물 세포는 엽록체라고 불리는 분자들로 이뤄진 아주 작은 공장들을 갖고 있다. 엽록체 공장은 햇빛, 물,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과 산소로 바꾸는 광합성 작용을 한다. 혈액 속에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 불리는 또 다른 종류의 분자 공장이 있다. 이 공장에서는 주어진 생물이 섭취한 음식물에 산소를 첨가하여 에너지를 추출하는 작업을 한다. 현재는 이 공장이 식물과 동물의 세포 안에 존재하지만, 한때 독립된 세포로 독자 활동을 했 던 시기가 있었다고 믿어진다.

사람은 100조 개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
성性은 대략 20억 년 전부터 생긴 듯하다. 그 전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82p)

생명의 탄생 이후 40억 년의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지구의 생명계는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청록색의 조류類들이 지배했다. 대략6억 년 전부터 조류의 독과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지구에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 Cambrian Great Explosion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지구가 만들어지자마자 생명이 탄생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그러므로 생명의 출현은 지구와 같은 행성의 환경에서 쉽게 일어날 수있는 화학 반응들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생물은 30억 년이나되는 긴긴 세월을 녹조류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지구 생명이 특화된 기관들을 갖추고 체구가 큰 유기체로 진화하기가 생명의 출현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외계 행성들을 탐사하다 보면 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는 곳보다 미생물의 세상을 더 흔하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84p)

DNA는 완벽한 자기 복제를 통해 유전 형질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와 더불어 핵의 DNA는 전달자 messanger RNA라고 불리는 또 다른 핵산을 합성하여 세포의 신진대사 활동을 관장한다. 전달자 RNA는 핵 밖으로 이동한 후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효소의 생성을 조절한다. 결과적으로 효소가 하나 생성되고, 이 효소는 세포 내화학 반응의 특정 단계를 관리한다.
인간의 DNA는 1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연결된 두 개의 나선이 이루는 매우 긴 사다리처럼 생겼다. 다시 말해 DNA 분자는 가로대를 10억 개나 가진 긴 사다리이다. 뉴클레오티드들이 이룰 수 있는 조합의 대부분은 아무 쓸모도 없는 단백질을 합성하므로 생명의 관점에서 무의미하다. 우리같이 복잡한 생물의 경우에도 유용한 핵산 분자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만 유용한 핵산을 조합하는 방법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전자와 양성자의 수를 전부 합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90-91p)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 선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DNA 중합체효소가 복제 과정에서 실수를 범하면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러나 중합체 효소가 실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태양에서부터 오는 방사능입자나 자외선 광자도 돌연변이의 요인이 된다. 또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나 주위 환경의 화학 물질 때문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뉴클레오티드를 변화시키거나 핵산의 끈을 꼬거나 묶는다. (9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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