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가 끝나 갈 무렵, 에밀리는 이 지식들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게 되었다. 에밀리는 설득하는 법 대신 플라톤과 신경 언어학과 러시아 혁명의 정치적 근원에 대해 자세히 배웠지만, 이제 이들 간의 관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에밀리는 인간의 뇌를 해부했고, 고글을 통해 전두엽을 살펴보면서 메스로 내용물들을 헤집어 운동 기능과 의사 결정 영역을 분리하고, 보상 회로와 기억 영역을 분리하며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안녕, 반가워.> 이제 에밀리는 뇌의 각 부분이 무엇을 담당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179-180/773p)

물론 모두 거짓말이었다. 자신에 대해 학생들에게 그 어떤 진실도 말할 수 없었다. 그게 규칙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명확했다. 에밀리는 2학년이었고, 사람들의 두뇌가 작용하는 방식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사이코그래프 그룹으로 분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예를 들어 107 범주는 직감적이고 두려움을 동기로 삼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이 구획에 속한 사람들은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쪽에 바탕을 두고 결정을 내리며, 원색을 보면 안심하고, 무작위로 숫자를 하나 고르라고 하면 작은 숫자를 고르는데, 그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87-188/773p)

이것이 <홀린charmed> 같은 단어의 유래였다. <마법에 걸린spellbound>, <매혹된 fascinated>, <마법에 사로잡힌bewitched>, <매료된 enraptured>, <굴복된 compelled> 같은 단어들 역시 그러했다.
(204-205/773p)

뇌에는 조작에 저항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온 방어 기제와 필터 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인지 작용으로,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의 바다를 걸러 내 대뇌 피질이 공부할 가치가 있는 몇 개의 주요한 데이터 패키지로 줄이는 과정이었다. 데이터가 인지 필터를 통과하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에밀리는 그다음도 분명 같은 식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 필터를 공격하는 단어들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주목 단어들, 다음엔 아마도 욕망 단어들과 논리 단어들, 그리고 응급 단어들과 명령 단어들이 있을 터였다. 학교에서 에밀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어떻게 단어들을 줄줄이 엮어서 필터들을 하나씩 못 쓰게 만들고, 마음의 자물쇠를 하나하나 열어 나가 결국 마음의 마지막 문까지 활짝 열어젖히는지를.
(208-209/773p)

단어는 조리법이야. 특정 신경 화학 반응을 위한 조리법. 내가 <공>이라고 말하면, 네 두뇌는 그 단어를 의미로 바꿔. 그게 물리적 반응이지. 넌 뇌전도에서도 그게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아니 아직 아무도 내게 좋은 단어들을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까 정확히 말해서, 네가 하고 있는 일은 사람들의 두뇌에 조리법을 떨어뜨리는 거야. 그렇게 해서 필터를 무효화시킬 신경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거지. 명령이 스며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긴 시간 동안 무효화시켜. 그리고 상대의 사이코그래프 범주에 맞춰 만들어진 일련의 단어들을 말해. 아마도 단어들은 몇십 년 전에 만들어졌고, 그 뒤 계속 강화되었을 거야. 그리고 그건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일련의 단어들이어야 할 거야. 왜냐하면 두뇌에는 방어층이 여러 개이고, 명령이 통과되게 하려면 한꺼번에 모든 방어층을 무력화시켜야 할 테니까. (215-216/7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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