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상에서 애나가 말한다. "내가 아무리 힘을 내도 안 돼, 마르코. 바깥세상에는 포털이 없거든. 포털은 데이터 어스에만 있어."

"그럼 데이터 어스로 같이 가서, 거기 포털 열어줘."

"거기 네가 입을 몸이 있다면 너야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난 다른 몸을 입을 수가 없어. 난 내 몸을 직접 움직여서 가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마르코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데릭은 디지언트의 얼굴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바깥세상 멍청해." 디지언트가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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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게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디지언트들이 제공하는 난이도와 보상 사이의 균형은 대다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수준을 훌쩍 넘고 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잇달아 디지언트를 정지시키고 있다. 그러나 키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견종을 무조건 산 견주들과는 달리, 사전조사가 미비했다는 이유로 블루감마 사의 고객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회사 또한 디지언트들이 이런 식으로 진화하리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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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자유 전선’의 해킹 툴을 이용해 디지언트 몸의 고통 차단 회로를 무효화하는 그리퍼(온라인 게임에서 악행을 일삼는 플레이어의 통칭 — 옮긴이)의 녹화 영상이다. 희생자가, 새롭게 생성된 이름 없는 디지언트가 아니라 해킹 툴을 이용해 불법 복제한,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이 더욱 끔찍하다. 이 디지언트의 이름은 니이티였다. 애나는 니이티가 잭스가 다니는 읽기 교실의 친구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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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달리 디지언트에게는 ‘투쟁-도피 반응’이 없다. 페로몬 냄새나 위험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반응하지도 않는다. ‘거울 뉴런’(직접 경험하지 않고, 보거나 듣기만 해도 활성화되는 신경세포 — 옮긴이) 유사체는 있다. 이것은 학습이나 교류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방금 본 광경 때문에 이들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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