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어나지도 않았고 결코 일어나지도 않을지 모르는 일을 머릿속으로 즐기는 것’, 그것 또한 요즘 사람들은 못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354/465p)

내가 그에게 이 빈정대는 농담이 그가 창작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아니라면서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서부전선에서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는 일을 담당했던 자신의 독일인 장교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런 종류의 작업을 처음 맡은 군인들은 이 시체 저 시체의 얼굴에 삽으로 흙을 퍼서 덮다 보면 점점 철학적이 되어, 그 시체의 주인이 그리 젊어서 죽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사색하게 되는 일이 흔했다. 그런 생각에 잠긴 신병에게 고참병이 들려줬을지 모르는 수많은 냉소적인 말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걱정 마. 어쨌든 그 사람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잖아."였다.
(370/465p)

그 파란 터널의 등장이 함축하는 질문은 오직 나만이 대답할 수 있다. 그 질문은 바로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마침내 해소시켰는가?’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내가 진공청소기에 비유하는 것 안으로 그냥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바이아데다윈호의 전기 레인지와 오븐의 빛과 무척 비슷한 빛으로 가득 찬 파란 터널 내에 정말로 흡인력이 작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돌아가신 내 아버지 SF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인지, 나의 선친은 그 터널의 입구에 똑바로 서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바이아데다윈호의 고물 위쪽에서 내게 건넨 첫마디는 이러했다. "얘야, 바보들로 가득한 그 배는 이제 그만하면 충분히 탔지 않니? 지금 당장 아빠에게로 오너라. 이번에도 거절하면 백만 년 동안 다시는 나를 보지 못할 게다."

(382-383/465p)

내가 굳이 말해야 하겠니? 공중에서 봤을 때 한때는 아름답고 풍요로웠던 이 행성이 지금은 부검대에 노출된 불쌍한 로이 헵번의 병든 장기들과 비슷하단 것을?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인간들의 도시는 오직 성장만을 위해 성장하고 뭐든 닥치는 대로 다 먹어 치우며 망가뜨리고 있는 암세포들과 비슷하단 것을?
(386/465p)

만다락스 내부 어딘가에 다음과 같은 취지의 경고가 들어 있었어야 했지만 없었다. "커다란 뇌의 이 시대에는 어떤 일이든 다 일어날 수 있으니 몸을 사리는 게 좋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만다락스가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용문은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의문은, 어떤 종류의 의문이든, 오직 ‘행동’만으로 끝낼 수 있다.

* 영국의 사상가이자 역사가.

(407/465p)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로, 위는 『월든』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413/465p)

요즘은 아무도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가지 않는다. 백만 년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절망감 속에서 적적하게 살아갔던 이유는, 그들의 두개골 내의 악마 같은 컴퓨터가 자제하거나 쉴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실제 삶에서는 제기될 수 없는 더 도전적인 문제들을 요구해 댔기 때문이었다.
(414/465p)

가장 행복한 삶은
슬픔과 기쁨을 알기 전의 무지 속에 존재한다.
-소포클레스(기원전496~기원전406)*

*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
(423/465p)

담장을 사랑하지 않는 뭔가가 존재한다.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 미국의 시인으로, 위는 「Mending Wall(담장을 고치며)」란 시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거기에 내가 보태자면,

맞다. 하지만 점막을 흠모하는 뭔가도 존재한다.
-레온 트로츠키 트라우트(1946~1,001,986)

(426/465p)

이 기묘하고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연극 무대의 마지막 장은
제2의 유아기이자 완전한 망각의 시기이니
이도 없고 눈도 없고 입맛도 없고 아무것도 없도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 위는 『As You Like It(뜻대로 하세요)』란 희극 2막 7장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인간의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읊조리는 대사로 위의 구절은 인생의 마지막 일곱 번째 단계에 대한 부분이다.
(432-433/465p)

온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
남녀 모두는 한낱 배우일 뿐이도다.
저마다 무대에 등장했다가 퇴장하며,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여러 역을 맡아······.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 위는 『As You Like It(뜻대로 하세요)』란 희극 2막 7장에 나오는 자크라는 등장인물의 인생에 관한 독백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인생을 연극에 비유하며, 인간의 인생을 일곱 단계로 나눠 읊조리는 대사의 도입부이다.

(443/46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