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만약 내가 백만 년 전에 가졌던 것과 같은 종류의 인간의 몸을 마치 누군가가 시장에 팔려고 내놓으려는 기계처럼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면, 밝히고 싶은 요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내가 이 이야기에서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 왔던 점인데, 바로 ‘인간의 뇌는 너무나도 큰 탓에 실용적이지 못하다.’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치아는 늘 뭔가 말썽이 생기기 때문에 대개는 평생을 가지 않는다. 우리가 입안 가득 썩어 가는 치아를 갖게 된 것은 진화상의 어떤 일련의 사건들 때문일까?’라는 것이다. (130/488p)
만약 자연이 셀레나를 대상으로 눈이 먼 것을 실험했다면, 그녀의 아버지를 대상으로는 무정함을 실험했다. 그랬다. 그리고 자연은 헤수스 오르티스를 대상으로는 부자를 흠모하는 것을, 나를 대상으로는 만족할 줄 모르는 관음증을, 나의 아버지를 대상으로는 냉소주의를, 나의 어머니를 대상으로는 낙천주의를, 바이아데다윈호의 선장을 대상으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제임스 웨이트를 대상으로는 목적 없는 탐욕을, 히사코 히로구치를 대상으로는 우울증을, 아키코를 대상으로는 털로 뒤덮인 몸을 실험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예는 무궁무진했다. (132/488p)
세탁실에 들어간 그는 곧바로 그 상자를 열고 전화 접속선들을 뜯어 버렸다. 순식간에, 백만 년 전의 전형적인 뇌 하나가 과야킬 최고의 시민을 노략질하는 테러리스트로 바꿔 버린 것이었다. (144/488p)
내가 여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보낸 백만 년 동안, 자연 선택의 법칙은 이 특별한 생존 체계를 진화시킬 방법을, 아니 이 문제에 있어서는 퇴화시키는 것이 진화시키는 것이므로, 퇴화시킬 방법을 찾지 못했다. (148-149/488p)
그는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지구상 모든 인간의 혈관에는 폰 클라이스트와 히로구치의 피가 살짝 섞인 가운데 주로 칸카보노족의 피가 흐를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도 알지 못했다. (191/488p)
이 말은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요즘은 일단 사람이 태어나 아홉 달만 지나면 아무도 어떤 것으로부터도 구제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요즘은 딱 아홉 달이 사람의 어린 시절이 지속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194/488p)
오늘날 사람들은 그런 환상을 품지 않는다. 그들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일찌감치 깨우치며, 자기 형제나 부모가 부주의하게 굴다가 식인 고래나 상어에게 산 채로 잡아먹히는 광경을 목격하지 않은 어른은 정말로 드물다. (195/488p)
그리고 분명 임신과 감기 사이에는 유사점이 하나 있었다. 감기도 아기도 점막을 가장 좋아하는 세균에 의해 비롯된다는 점이었다. (197/488p)
자연 선택의 법칙이 아직 구제하지 못한 인간의 결함이 또 하나 있다. 오늘날 사람들도 배가 부르면 백만 년 전의 선조들과 똑같이 자신들이 처할지도 모르는 끔찍한 곤경을 무척 느리게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때가 바로 오늘날 사람들이 방심하고 상어나 고래에 대한 경계를 풀어 버리는 때이다. (204/4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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