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소 의식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대개 잠복성 전염병처럼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우연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날 뿐이며 사고체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 암묵적인 도그마가 삼단논법의 대전제가 되면, 그 논리적 결말로 수용소가 도출된다. 수용소는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6p)
하지만 어머니들은 여행 중 먹을 음식을 밤을새워 정성스레 준비했고 아이들을 씻기고 짐을 꾸렸다. 새벽이 되자 바람에 말리려고 널어둔 아이들의 속옷이 철조망을 온통 뒤덮었다. 기저귀, 장난감, 쿠션, 그리고 그 밖에 그녀들이 기억해낸 물건들, 아기들이 늘 필요로 하는 수백 가지 자잘한 물건들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지 않았겠는가? 내일 여러분이 자식들과 함께 사형을 당한다고오늘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을 것인가? (15p)
거기에서 그들은 밤새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들은 삼삼오오 그들의 막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생소한 비탄이 우리의 영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것은 땅을 갖지못한 민족의 오래된 아픔, 엑소더스에 대한 희망을 잃은 채 매 세기 반복되는 아픔이었다.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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