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비록 빛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동하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만들어서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로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153/343p)

우주는 거대한 사과와 같고, 벌레들이 파먹어놓은 구멍들처럼 우주의 곳곳에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고차원의 웜홀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159/343p)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179/343p)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180/343p)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185/343p)

문득 남자는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86/343p)

한때 도서관이라고 불렸던 장소 중 일부는 박물관이 되었고 그럴 가치가 없는 곳들은 대부분 전산화되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다른 개념이다. 이곳에 있는 건 책도 논문도, 그 비슷한 자료들도 아니다. 이제 도서관엔 끝없이 늘어섰던 책장 대신 층층이 쌓인 마인드 접속기가 자리하고 있다. (220/343p)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아온다.
추모의 공간은 점점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로 변해왔다.
도시 외곽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했던 추모 공원에서, 캐비닛에 유골함을 수납한 봉안당으로,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220-221/343p)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255-256/3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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