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 보고서는 지금 기후변화 대응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중반에 기후 비용이 세계 GDP의 5~20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비용을 기후변화 피해를 막는 데 사용하면서 정상적인 재정을 꾸려갈 수 없다. 반면 지금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GDP의 1퍼센트 정도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스턴 보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미래 비용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현재 비용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보여주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장애물이 아닐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240/361p)
온실가스의 약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배출되었다. (246/361p)
기후변화 피해는 세계 온실가스 3퍼센트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 명에게 집중된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가난한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치명적인 피해를 받기 쉽다. 즉, 기후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246/361p)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 피해를 적게 받는 기후변화 ‘무임승차Free riders’ 국가는 일반적으로 온대와 아열대지역에 있다. 반면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면서도 큰 피해를 보는 ‘강제승차Forced riders’ 국가는 주로 열대지역 위치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무임승차 국가에 속한다. 즉,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나라다. (247/361p)
이런 이유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는 2020년부터 예외 없이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당한 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이 ‘형평성’,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개별 국가의 역량’이다. (251/361p)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존 던John Donne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린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우리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는지를 알려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253/361p)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는 식량 안보란, 모든 사람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받고, 자신의 음식 취향에 맞는,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충분한 음식을 물리적·사회적·경제적으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258/361p)
역사적으로 인류는 환경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 때 싸움을 하며, 굶주림과 침략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마다 침략을 선택해왔다. (262/362p)
또한 위험은 권력과 자원이 분배되는 위계와 질서에 따라 분배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7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G20 국가들은 세계 온실가스의 약 80퍼센트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는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의 위험은 엉뚱하게도 가난한 자들을 덮친다. (267/361p)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불평등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규명한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관계’가, 위험사회에서는 ‘정의正義 관계’가 된다. 기후변화의 생산자인가, 수익자인가, 피해자인가, 위험은 누가 규명하며 누가 책임지는가 같은 질문에 관한 제도와 능력이 위험사회에서 정의 관계로 드러난다. (268/361p)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일찍이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 라고 했다. 바로 이 무책임한 믿음이 필연적으로 지구의 자멸을 향하게 할 것이다. (269-270/361p)
기존 계급과 국가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게 한다. 18세기 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자유롭고 이성적인 시민으로부터 세계주의가 확대되는 역사 과정을 예견했지만, 정작 세계 시민으로서 함께 협력하도록 이끄는 동력은 세계 시민 의식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의 위험이다. (271/361p)
그러나 지구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자기 조절 시스템이므로, 작은 차이 때문에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비선형 체계고, 한 번 임계상태를 넘으면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 체계다. (279/349p)
‘기후 대리지표climate proxies’라고 불리는 퇴적물, 빙하, 산호, 나무 등에는 과거 기후에 반응한 흔적이 남아 있다. (286/349p)
「영국기상청 과학전략: 2016-2021」 맨 앞장에 피츠로이의 글이 실려 있다. "인간은 바람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지만 예측할 수는 있다. 폭풍을 달래지는 못해도 그 파괴로부터 탈출할 수는 있다. 조난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장치를 통해 끔찍한 재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영국 기상청은 피츠로이 거리에 세워져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 예보와 연구의 중심부가 되었다. (294/349p)
날씨 예보의 정점에 예측모형이 있다. 날씨 예측모형은 지금까지 인류가 날씨에 관해 이해하고 있는 과학을 집대성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날씨의 물리적 기본 원리는 운동량, 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이로부터 유도된 미분방정식으로 어떻게 대기가 움직이고 열과 습기가 교환되는지를 구현하는 예측모형을 만든다. 이때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 만물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을 시간에 따라 적분하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예측모형에서 날씨는 미분으로 표현되고 적분으로 예측된다. (295/349p)
날씨 예측도 불확실성으로 떨리는 게 정상이지만, 그 떨림이 마구잡이는 아니다. 하나의 결정론적 예측이 아니라 떨림 안에 담겨 있는 지향점을 찾아내는 앙상블 예측이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310/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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