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 가(街)는 프로비던스에 있는 한적한 거리다. 이 거리는 상업 지역을 끼고 이어지다가 노리치 가로 불리는 도시 남쪽에 이르러서는 뉴욕 방향으로 빠지는 출구 도로로 이어진다. 제퍼슨 가를 따라 여기저기 가다보면 너도밤나무와 단풍나무가 서 있는 작은 광장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광장 가운데 하나인 웨일런드 스퀘어에는 영국 농가풍의 거대한 건물인 웨일런드 매너 호텔이 있다. 4월 말경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호텔의 문지기가 열쇠 하나와 함께 보관함에 들어 있던 편지를 건네주었다.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인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앞에서 편지 봉투를 열었다. 그렇게 단단히 붙어 있지는 않았다. 편지는 짧고 간명했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

-알라딘 eBook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중에서(11/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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