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마지막으로 남긴 영수증은 2001년 11월 초에 발행됐다. 일부를 적어봤다. 한 달 월세보다 비싼 방에서 하루 먹던 식대보다 비싼 밥 드시고, 내가 마지막인 줄 모르고 사준 백만 원짜리 양복은 아깝다고 입지도 않더니 70만 원짜리 수의 입고 가셨다. 가계부 사이에 끼워져 있던 통장의 마지막 잔액은 2,473원. 나중에 사후 통장 정리하느라 은행에 갔더니 이것저것 빼고 백 원 정도가 남았던 것 같다. 나는 그 영수증들을 아빠의 가계부에 끼워놓고, 사는 일이 편치 않을 때마다 펴본다. 내가 5천 원짜리 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아빠는 백 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셨구나, 내가 애인과 놀러 다니던 날에 아빠는 찬 소주 한 병 안주도 없이 마셨구나, 마치 그 사실 때문에 사는 일이 편치 않은 것처럼 가슴을 두드리지만 모든 후회는 참회가 아니라 변명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115-116/2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