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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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의 신작 <고령화 가족>으로 우리문학 콘서트가 있다고 하여 서점으로 달려가 오전에 읽기 시작한 것이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단한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나 쫄딱 망하고 게다가 바람난 아내와 이혼한 58세 알코올 중독 영화감독, 평생 얻은 이력이라고는 전과 5범이라는 별을 달고 있는 거구의 51세 건달, 두 번이나 바람이나 이혼한 40대 중반의 카페 마담과 그의 중딩 딸.




이렇게 사회생활에 실패한 고령의 자식들이 엄마 집으로 하나둘 모여들어 한집에 살게 된다. 그들의 밝은 앞날은 전혀 오지 않을 듯 암담해 보였다. 도대체 작가는 이들을 한집안에 꾸역꾸역 몰아넣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렇게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던 가족에게 한줄기 빛이 새어져 들어왔다. 제각기 가족간의 공유된 그리고 자신만의 유일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주고받고 또 서로 이를 치유하면서 하나둘씩 엄마 집을 떠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사회적으로 눈에 띄는 그러한 성공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한걸음-한걸음씩 전진해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책장을 넘길 때의 답답함이 마음 한구석에서의 울림으로 파동처럼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카운터 앞에서 카드를 지갑에서 꺼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세상의 모든 질병과 악과 고통을 가져 왔지만 마지막 희망만을 품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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