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새긴 이름 하나 문지아이들 75
이현미 지음, 이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품었던 의문 하나!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창·칼을 들고 맞서 싸우지는 않고 왜 대장경을 만든다는 거지?’

누구나 가질법한 이 의문은 몇 장을 읽어나가자 바로 한 젊은이에 의해 제기되었고 어린 화자인 동명 대신 최 영감의 입을 빌어 전란 중에 몽고군과 맞서 싸우지 않고 대장경을 조판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을 관찰할 수는 있지만 독자에게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설명해 주기에는 부족한 어린 동명 대신 중도적 인물인 최 영감을 등장시켜 내용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의 묘미는 감정의 절제와 뛰어난 배경 묘사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고군의 기습으로 폐허가 된 벌목꾼 마을에서 자신이 의지하고 지내던 구레나룻의 시신을 발견한 동명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보다는 동명의 회상과 행동을 서술함으로써 동명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면, 구레나룻이 쌓아놓은 땔감을 보면서 ‘땔감이 줄어들 때마다 허전함은 늘어갔다’라는 표현으로 구레나룻에 대한 그리움을 서술하는 등 감정을 분출시키지 않고 서술형식으로 표현하여 감정을 절제시킴으로서 오히려 그 마음이 독자에게 오래 머물게 한다.

  더욱이, ‘처마 끝에 달려있던 고드름이 녹아 바닥에 똑똑 떨어졌다’라는 표현이나 ‘연한 연둣빛이던 풀과 나뭇잎들이 드문드문 초록색으로 바뀌더니 모두 짙을 초록빛을 띄었다’는 표현으로 계절을 암시하는 부분이나, 노랗게 피어난 생강나무 꽃을 보고 노란 털 뭉치와 노란 경단을 연상한 부분, 참새 서너 마리가 낙엽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통통 튀기는 콩 같다고 한 표현 등 배경묘사에서의 뛰어난 비유적·은유적 표현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보는 듯 착각을 하게 한다. 

  게다가, 아버지를 극락으로 가게 하기 위해 경판에 이름을 새겨달라고 봄나물을 시주하러 온 솔메를 보고 동명은 자신이 구레나룻의 이름을 경판에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 일은 점점 동명의 꿈이 되어가고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어려움, 좌절, 심적 고통, 깨달음 등을 겪어내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는 주인공 동명의 성장담이 역사적 배경과 잘 어우러져 있다.

주인공 동명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이나 고통, 내적 갈등 등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로 묘사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이를 극복하고 꿈을 이뤄낸 동명을 통해 미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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