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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ㅣ 신나는 책읽기 16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책상 앞에 앉아있는 수와의 첫 대면!!
흐트러짐 없는 자세, 깔끔하게 빗어 내린 머리카락, 말쑥한 옷차림, 게다가 책상 앞에 앉아 공부까지...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온다.
“참, 착하기도 하지. 공부하고 있구나. 아이구! 기특하기도 하지.”
그런데!!
이런 칭찬이 무색하게 수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수야! 왜 그러니?”
수는 배탈이 나는 불량식품을 절대 먹지 않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는 위험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 아이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착한 아이다. 우연히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잡아간다는 망태할아버지를 만나 환상세계로 들어간다.
환상세계로 들어온 수는 여전히 착한아이다.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돌아다니며 먹어대고, 초콜릿 물총을 쏘아대며 먹는 음식으로 장난을 치는 막돼먹은 아이들이랑 부딪히기도 싫다. 유치한 짝짓기 놀이, 땅바닥에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윷놀이, 아빠가 들었다면 스피커를 불 속에 던져버렸을 듯한 한심한 노래. 그 노래에 맞춰 풍선을 터트리거나 냄비를 두드리거나 종이를 북북 찢거나 두 팔을 벌리고 마구 뛰어다니거나 공중제비를 도는 막돼먹은 아이들! 끔찍하다. 여기를 탈출해야겠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수는 누구보다도 하고 싶다. 그러나 결국 하지 못하고 뛰쳐나가고 만다.
그렇게 뛰쳐나간 수는 ‘반항하면뼈도못추려 학교’의 괴물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방귀를 뀌었다는 죄목으로 우물 감옥에 빠지고 만다. 잠깐의 꿈속에서 수는 그 괴물선생님이 엄마와 겹쳐지면서 엄마의 말에 순응하는 아이로 꿈에서 깨어났다가 결국 터트리고 만다.
“싫어! 엄마 잔소리는 이제 듣기 싫어!. 한달만! 일주일만! 아니 딱 사흘만이라도! 내 맘대로 하고 싶어.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타고, 음식으로 장난을 치면서 밥을 먹고, 친구들에게 지저분한 별명을 지어주고, 미친 개구리 같은 노래를 마음껏 따라 부르고,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 하고 예의 없는 인사를 날려주고 싶다. 그 막돼먹은 아이들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갑갑했던 마음이 그야말로 뻥 뚫리는 듯했다.
이 이야기는 현실세계와 판타지세계가 분리되어있는 분리형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던 수는 판타지 세계로 빠져들어 스스로 치유와 발견의 과정을 거쳐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현실로 다시 돌아온 수는 예전의 수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의해 나를 감추고 억제하는 수가 아니라 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표출하는 수가 된 것이다.
신나고 재미있고 환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책이다. 우리 아이가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지 못하고 감추고 있지는 않은지, 현재의 삶이 불행한지, 행복한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의 대리만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며,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고통,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대하는 자신들의 태도를 되돌아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미래의 보장된 삶을 위해 현재 아이들의 삶을 너무 많이 포기시키는 부모가 되지 않기를 바라하면서...
이 책의 삽화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책 안쪽의 삽화는 내용과 잘 어우러져 그 묘사가 뛰어난 반면, 책표지의 삽화는 약간 시대에 뒤떨어지고 뭔가 어눌한 생각이 든다. 처음 책표? 삽화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아이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어 그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이 이야기에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참 다양하게 많이 나오는데 한번 찾아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