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경계에서 보다 - 연암 박지원의 현재성과 생태정신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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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연암 박지원이라는 인물의 현재성에 새삼 놀랐습니다. 30여 년간 연암을 연구해온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이 책은 단순한 고전 해설을 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를 전해줍니다.

특히 인상적인 '쓸모없는 사람이 반드시 쓸모 있다'는 그의 상생 철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마음을 울립니다. 유학, 불교, 도가, 서학을 아우르며 조선과 중국, 고전과 창조, 상층과 하층을 넘나든 연암의 '복안으로 보기'는 경직된 사고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태도입니다.

저자는 연암의 실학사상을 단순한 실용주의가 아닌 '생태적 이용후생론'으로 규정하며, 자연과 인간 문명의 조화를 추구한 연암의 철학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우리 시대에 던지는 의미를 예리하게 포착해냅니다. 연암이 자연 현상을 실증적으로 관찰하고 지구원형설을 주장한 과학적 태도, '열하일기'를 통해 조선 사회를 냉철하게 비판한 역사 의식도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고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친근하게 풀어냈습니다. 연암의 '법고창신'과 '대대' 정신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을 깊이 있으면서도 접근하기 쉽게 해석한 노력이 돋보입니다. 고전이 현대에 던지는 메시지를 되짚어보며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의 힘을 일깨워주는 뜻깊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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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 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
전미경 지음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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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 속으로 밀어 넣고, 우리는 그 속에서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정신과 전문의 전미경의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이처럼 특별해져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압박에 지친 이들에게 평범함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저자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내면의 고통과 불안이 특별해지려는 강박에서 비롯됨을 예리하게 분석합니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재도전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의 진정한 자아는 바로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가면을 벗으라는 이분법적 조언이 아니라, 건강한 균형점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때로 가면이 필요하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면이 너무 단단히 자리 잡으면, 우리는 결국 자신을 잃고 만다."

저자는 "솔직함은 상처를 주는 칼날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성장을 돕는 양분이 될 수도 있다"며 진정성과 배려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추구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통찰은 완벽함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깎아내며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미 가장 완벽하게 '미완성된' 작품인지도 모른다." 이 역설적 표현은 자기 수용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거대한 목표보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기, 오랜 친구와 커피 한 잔 나누기, 책 한 권 끝까지 읽기. 이런 작은 일상의 행복들이야말로 우리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드는 진정한 버킷 리스트일지도 모른다."

톨레가 말한 '영원한 지금'이 바로 이런 순간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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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가지이 모토지로 단편선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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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일상을 떠도는 주인공이 우연히 구입한 레몬 하나가 어떻게 내면의 균열을 만들어내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입니다. 서점의 책 더미 위에 올려진 레몬이 폭탄처럼 터지기를 상상하는 장면은, 현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잠시 탈출할 수 있는 순간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레몬의 노란 색채와 신선한 향기, 그리고 손에 느껴지는 무게까지, 모든 감각이 생존의 언어로 변환되는 놀라운 문학적 표현을 경험합니다.

피로와 무기력 속에서도 삶의 사소한 일들을 우스워하는 '태평한' 태도 뒤에는 죽음에 대한 체념과 동시에 살아있음에 대한 마지막 유희가 숨어있습니다. 죽음에 가까운 자의 눈으로 본 이 세계는 역설적으로 너무나도 '살아있는' 느낌을 전달합니다.

병약한 청춘이 일상에서 느끼는 권태와 우울,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 작품들은 단순히 어둡거나 절망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과 정신의 고양감을 함께 보여주며, 어두움과 빛,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정서를 선사합니다.

짧지만 진하고, 고요하지만 거센 울림이 있는 이 책은 감각이 무뎌진 현대에 작은 레몬 하나를 독자의 마음에 얹어놓고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명한 감각의 기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삶이 무너질 때, 당신을 구하는 건 철학이 아니라, 손에 쥔 작고 선명한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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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마케팅의 무기가 되는가 - 현업 마케터의 인사이트로 읽는 AI 마케팅 오늘부터 시작하는 법
서양수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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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관점을 바탕으로 AI라는 혁신적 도구를 어떻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실전 가이드북입니다. AI 기술에 현혹되지 않고, 마케팅의 본질인 '고객과의 관계 구축'과 '브랜드 팬덤 형성'에 초점을 맞춰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설명합니다.

나이키의 세레나 윌리엄스 AI 대결 캠페인, 코카콜라의 생성형 AI 활용 고객 참여 캠페인, 하인즈 케첩의 AI 이미지 생성기 활용 사례 등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실제 사례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어떤 전략적 사고와 실행 과정을 거쳐 성과를 얻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각 사례마다 브랜드 철학과 AI 기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뤘는지, 그리고 고객과의 정서적 연결을 어떻게 강화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한 부분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AI 마케팅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집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다른 AI 관련 서적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AI의 장점만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작권 문제, AI 편향성, 쿠키리스 시대의 광고 환경 변화 등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까지 솔직하게 다룹니다.

특히 "실행하는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완벽한 기술의 등장을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활용 가능한 AI 도구부터 적극적으로 실무에 적용해보라고 조언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AI 기술 자체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보다는 마케팅 활용에 초점을 맞춘 책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이 책의 명확한 포지셔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 철학이 공고할 때 AI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핵심 메시지처럼, 기술과 본질 사이의 균형을 잘 잡은 훌륭한 실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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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 피어나는 삶 - 포토테라피스트의 보령 섬 이야기
백승휴 지음 / 어른의시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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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등장하는 "뭐 찍어요? 찍을 건 있슈?"라는 이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는 단순한 방언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따뜻한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삶의 언어입니다.

포토그래퍼이자 인문학 저자로 알려진 자신을 '포토테라피스트'라 칭하며, 고향 보령의 104개 섬들을 직접 발로 뛰며 기록한 사진과 글을 선보입니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서, 섬과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시선입니다. 섬의 웅장한 풍광만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소박한 이야기를 세심하게 포착해냅니다. 사진과 글이 조화로워 마치 직접 섬을 여행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다와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져,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위로를 줍니다.

특히 충청도 특유의 언어유희와 해학이 곳곳에 묻어나는데, 이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며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섬에 가본 적이 없더라도, 저자의 포토테라피스트다운 사진과 세심한 시선 덕분에 섬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저자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펼치며, 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기록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고향과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진심 어린 시선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깊이 전해져, 지역 공동체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섬섬 피어나는 삶』은 결국 섬이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섬의 고요함과 섬사람들의 소박한 삶,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가 잔잔한 울림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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