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간을 특별하게 다루지도, 단순한 생물로 환원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동물로만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입장을 유지합니다.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연과학이 인간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책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뇌과학과 유전학은 행동의 원인을 밝힐 수 있지만, 그 행동의 옳고 그름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간극이 인간이 서 있는 자리입니다.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사실로만 두지 않고 판단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래도 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단순히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떠안는 존재입니다.윤리를 진화나 감정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윤리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에 답하지 못합니다. 가브리엘은 윤리를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요구되는 '마땅함'으로 다룹니다.자유의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합니다. 자유는 원인 없는 선택이 아니라 자기 행위에 이유를 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충동을 느끼는 것과 그것을 따를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유는 책임의 조건입니다.인간과 동물, AI를 구분하는 기준은 지능이나 기능이 아닙니다. 계산하고 학습하는 능력은 이미 인간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문제 삼는 태도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이 책은 인간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한 것처럼 읽힙니다. 인간을 동물로만 이해하면 책임과 윤리는 사라집니다.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말은 인간을 단순화하는 문장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한 선언입니다.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착해지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이유를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