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를 구원하라
원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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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라는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들여다보는, 웃음과 감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우당 파출소의 '우당 삼총사' - 야구광 송구, 신중한 해랑, 다정한 대복 - 는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른 방식으로 경찰관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새로운 서장의 부임과 함께 닥친 실적 압박, 악질 유튜버의 여론몰이,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까지. 만년 꼴찌 파출소가 통폐합의 위기에 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작가는 8년간의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파출소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변비 상담을 해달라는 할아버지부터 술주정뱅이의 토사물 세례까지, 경찰의 일상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단순한 코미디로 그치지 않는 것은, 그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인물들의 진정성 때문이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야구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구조다. 각 챕터의 제목이 모두 야구 용어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꼴찌 팀 '참수리 피어스'를 응원하는 송구의 모습은 만년 꼴찌 파출소의 상황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야수들을 믿고 던지는 거지. 그게 팀이잖아." 작품 속 이 대사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공이 날아드는 세상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바로 팀워크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이다.

유치운 경위의 끊임없는 불평, 강정열 경감의 폭발적 성격, 문무건 경위의 중재 역할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파출소의 일상은 때로 시끄럽고 혼란스럽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하나의 팀이다.

작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선의가 돌고 도는 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파출소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구원 투수'의 정체는 뜻밖의 감동과 함께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일상에서 베푼 작은 선의들이 쌓여 만들어낸 기적 같은 순간이다.

현실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만년 꼴찌라는 현실, 열악한 근무 환경, 시민들의 오해와 비난까지.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깊은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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