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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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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음은 우연인가, 신의 섭리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인간 이성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주니퍼 수사는 신의 계획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지성으로는 신의 섭리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와일더는 주니퍼의 입을 통해 "세상의 부당함과 불행은 불변의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냉정한 현실 인식은 신의 뜻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소설은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사랑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와일더는 "삶의 의미는 사랑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라는 구절은 작품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비록 세상은 부당함과 불행으로 가득하고, "진보 이론은 망상"일지 모르지만, 사랑만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는 유일한 힘입니다. 우리가 겪는 상실과 고통, 우연과 비극 속에서도 사랑만이 인간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임을 일깨웁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삶의 우연성과 필연성,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사랑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비극적 사건을 통해 각기 다른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며, 우리 모두가 겪는 상실과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사랑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손턴 와일더의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는 결국 우리에게 말합니다. 인생은 비극과 상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견디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사랑만이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며, 오직 사랑만이 영원히 남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