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렇게 벌거벗은 것 마냥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주는가?32장의 러브 레터라고 소개를 받고 사전 지식 없이 아니 선입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니 달달한 사랑은 한 쪽으로 치워버리고 성 정체성을 넘나드는 묵직한 사랑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작가분이 맺음말에서 밝힌 것처럼 '생각보다 내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새삼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시산한 시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비밀스런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들킨 기분이 듭니다.페미니즘이나 퀴어적 요소를 빼고 머릿속에 남는 대목은 '이상한 나라의 아홉 용-이수경'에서 말하는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돌연변이이기 때문에(트랜스젠더나 퀴어적 은유일지도 모르지만 대개 이런 식), 우리는 비로소 더 멀리, 더 즐겁게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