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에 꽂힌 디자이너의 발효 탐방기 깊숙이 일본 2
오구라 히라쿠 지음, 송승호 옮김 / 효형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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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에 꽂힌 디자이너의 발효탐방기
📓오구라 히라쿠 지음
📗송승호 옮김
📘효형출판 펴냄


📍78
“옛날에는 바다가 그렇게 깨끗하지 않았어.
따뜻한 계절엔 약간 냄새가 날 정도였지.
하지만 그게 물고기에게는 좋았을 거야. 너무 깨끗해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구만"
히나세의 어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바다와 사람의 적당한 거리.
이 거리감이 이상해지면 해산물은 인간에게서 멀어진다.

📍84
그것은 음식이라는 감각적인 기억에 이어져 있는 이미지 때문이다.
언어로 전해지는 기억과 달리 미각은 시간적 변화나 흐름에 따른 기억이 아니다.
어릴 때 체험한 맛은 '예전의 기억'으로 서랍 속에 넣어지는 일이 없고, 마치 지금 그 순간을 체험하는 듯이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것은 정보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감성의 기억이다.

📍188
시대는 늘 '나와 함께' 움직인다. 흐름은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생기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려면 땅으로 내려와서 혼자 시작해야 한다.
한 명에서 시작한다.
시작한 것을 동료와 나눈다.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것이다.

📍204
일본 각지에서 발효를 둘러싼 새로운 흐름이 일기 시작하는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는 움직임과 이어져 있다.
작은 것은 큰 것에 삼켜져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채로 점점 커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마치 미생물처럼.

📍243
문화가 생겨나면 '즐거움'이 생겨나고, 즐거움이 가치를 낳고, 그 가치가 커뮤니티를 묶는 끈이 된다.
발효의 역사는 살아남는 '지혜'가 더 잘 살기 위한 '즐거움'이 되어, 그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가 되어가는 과정을 더듬어 간다.
결국 일본 문화의 형성 패턴을 밝혀 가는 것이다.
지금껏 내가 체험하며 눈여겨본 것은 어떤 상황도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강인한 의지와 회복 탄력성 및 다양성이라 할 것이다.

📍267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미생물과 자연이 하는 일이고, 자신 은 그것들을 돌보는 코디네이터'라는 깨달음은 우리에 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착에서 벗어나고 겸손해 지며, 자연을 포함한 대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각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이며 감사한 일인가?

📝
주관적인 선입견이지만 #효형출판사 책들은 예쁩니다.
디자이너가 누룩에 관한 이야기를 푸는 여행산문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명,주석,단어들 검색해가며 읽느라 공부 같았습니다. 일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분들은 관광지 인증하는 것을 넘어 진짜 일본에 대해서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지도에 표시한 현지에서도 특별한 발효음식지도는 콘텐츠제작자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깊이 있는 일본 발효음식 투어와 더불어 작가가 가진 지역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장인 정신이 이라는 명목하에 수백년 내려온 승계나 척박한 환경에 떠밀려 살기 위해 발전된 음식들.
누룩이나 발효 또는 음식외에도 이 책은 깊이 있는 일본문화를 간접 체험케 해줍니다. 일본에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한 분, 발효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분께 추천할 좋은 책 같습니다.

💬
시대는 늘 '나와 함께' 움직인다. 흐름은 '생기는' 것만이 아니라 '생기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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