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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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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 p.21

가끔은 사람들이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빨리 감기를 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했다.

#헤어짐 #상실

아이를 잃은 부부, 오래된 연인의 이별, 모국어를 잃은 이들의 슬픔, 남편을 잃은 부인 등...

등장인물 모두 가슴 아픈 헤어짐을 경험한다.

시간은 흘러가고 계절은 변해가는데, 가슴 아픈 이별로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버린 이들의 이야기. 얼어 붙은 내면의 이야기. 슬픔 속에 갇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 [건너편].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고, 누구보다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이젠 그 사랑이 식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그렸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본 사랑의 변화.

서로에 대한 설렘과 열정이 식으면서 찾아오는 마음의 변화로 인한 이별도 있지만

어떤 이별은 그저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이별도 있다.

- p.115

 이수야.

 나는 네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못돼서, 전세금을 빼가서 너랑 헤어지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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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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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피해 도주하던 3인조 좀도둑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우연히 발견한 낡은 나미야 잡화점에 숨게 된다. 그때 예전 주인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고민 상담 편지! 그들은 호기심에 편지를 읽어 보았고,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잡화점 주인에게 아주 진지한 고민을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한다. 알고 보니 편지는 몇 십 년 전에 작성된 것!

시간을 초월해 편지가 배달되는 기묘한 상황에서 아쓰야, 쇼타, 고헤이 3인방은 잡화점 주인을 대신해 고민을 상담해 준다. 처음에는 가방 끈도 짧고, 돈도 없고, 빈집이나 털고 다니는 자신들이 남의 고민을 상담해 준다고 도움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 답장을 보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기 이야기를 어디에도 털어 놓지 못해 힘들어 하던 순간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일 인 양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심을 다해 답장을 적어 보낸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고민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고민도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도 있다. 그리고 많은 생각 끝에 조심스레 고민을 털어 놓지만 상담’, ‘조언이라는 것은 타인의 삶,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워지게 된다.

사실 우리는 대단한 조언이나 정답을 바라고 상담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미야씨의 말대로 상담자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단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게 정말 옳은 선택일까 라는 생각에 대한 고민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나는 너의 아픔과 힘듦을 이해해. 난 네 편이야.’라는 따뜻한 한마디, 정답은 아니지만 진심 어린 조언일 것이고 이것이 아픔을 가진 우리들에겐 더 큰 힘과 해결책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p.167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위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추리 소설 거장의 작품답게 치밀한 구성, 이야기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정과 감동적인 스토리는 차가웠던 마음을 녹여주는 한 편의 동화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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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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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5.18 광주 민주 항쟁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다.

참혹했던 학살의 현장에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 그 속에서 살아 남은 이들의 고통 받는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가 아닌 라 불리는 대상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써 나간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바로 옆에서 그 사건들을 지켜보는 듯한 현실감을 주며, 나에게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몇 십년이 지나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잔인했던 80년대의 봄날을 너무도 생생하고 정확하게 그려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웠다. 지금까지 배우고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참혹했던 사실들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79

 *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살아남은 이들, 남겨진 이들의 삶은 치욕스러운 고통의 날들이었다. 슬픔, 죄책감,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는 또 다른 모습의 죽음이었다. 무자비한 고문, 아물지 않는 상처,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결코 이들을 평범한 삶의 범주에 들지 못하게 한다.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면서 날마다 혼자 싸워나가야 하는 외로움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자행되는 인간의 잔혹함,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는 광주.

  당시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모두 80만발이었다고 한다. 그때 광주의 인구가 40만이었으니…–p.117

 *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 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p.206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에필로그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감정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마치 동호군, 그의 가족, 그날의 광주를 살아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전해 듣고 그들의 감정을 함께 나눈 것 마냥 아팠다. 그들의 슬픔이, 작가의 슬픔이, 혼들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들이 힘겹게 지키고 증언했던 이 진실된 이야기들을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광주항쟁으로 아파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 속에서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

그 아픔은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던 것 이상의 아픔이라는 것.

그리고 광주의 고립과 죽음이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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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밤은 없다
김해찬 지음 / 필름(Feelm)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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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쩌면 상처 많은 당신을 위한 책

...사랑을 했고 사랑을 할 것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없고

아프기만 한 사랑은 없다.

 

이 책은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한 책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이겨내고, 사랑했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책 속 모든 이야기들의 실제 주인공이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아닌 '그녀'의 입을 통해 전달한다.

상처 받은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또 다시 상처받고, 결국엔 스스로 혼자 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꾸밈없는 문체. 그러나 치유의 힘을 가진 따뜻한 문장에 읽는 내내 아팠던 마음이 녹아 내린다.

마치 내가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써둔 글들을 다시 읽는 것처럼

글귀 하나 하나가 내 속마음을 꿰뚫고 다독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에 아파봤기에 아픈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작가의 문장들.

언젠가는 이 아픔도 사라지겠지만,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울며 이겨내기를.

마지막엔 아름다운 기억, 추억으로 남길 수 있기를.

 

 

-p.54~55

당신의 습관은 언제부터인가 나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걸을 때엔 자연스레 왼편에서 걷고 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아픈 날에는 당신이 먹던 진통제를 나 또한 찾게 되며, 단 것들보다 감자칩을 더 좋아하게 됐다.

당신을 기쁘게 해주려 기억하던 당신의 습관들이 나 자신이 되어 간다는 것.

당신이 떠난 뒤에도 습관이라는 흔적들로 내 안에 당신이 남아 있다는 것.

 

 

-p.218

넌 잊혀진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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