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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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비극적인 5.18 광주 민주 항쟁에 대해 이야기 한 책이다.

참혹했던 학살의 현장에서 희생된 무고한 시민들, 그 속에서 살아 남은 이들의 고통 받는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가 아닌 라 불리는 대상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써 나간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바로 옆에서 그 사건들을 지켜보는 듯한 현실감을 주며, 나에게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몇 십년이 지나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잔인했던 80년대의 봄날을 너무도 생생하고 정확하게 그려내,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러웠다. 지금까지 배우고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참혹했던 사실들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79

 *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살아남은 이들, 남겨진 이들의 삶은 치욕스러운 고통의 날들이었다. 슬픔, 죄책감,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는 또 다른 모습의 죽음이었다. 무자비한 고문, 아물지 않는 상처,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결코 이들을 평범한 삶의 범주에 들지 못하게 한다.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면서 날마다 혼자 싸워나가야 하는 외로움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자행되는 인간의 잔혹함,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는 광주.

  당시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모두 80만발이었다고 한다. 그때 광주의 인구가 40만이었으니…–p.117

 *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 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p.206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에필로그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감정이 북받쳐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마치 동호군, 그의 가족, 그날의 광주를 살아왔던 이들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전해 듣고 그들의 감정을 함께 나눈 것 마냥 아팠다. 그들의 슬픔이, 작가의 슬픔이, 혼들의 슬픔이 느껴졌다.

그들이 힘겹게 지키고 증언했던 이 진실된 이야기들을 우린 잊어서는 안 된다.

많은 이들이 광주항쟁으로 아파하며 살아갈 것이라는 것.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 속에서 지금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

그 아픔은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던 것 이상의 아픔이라는 것.

그리고 광주의 고립과 죽음이 지금도 전세계 곳곳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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