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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크레이머의 시장을 이기는 투자 - 펀드 1개, 주식 5개, 헤지 수단 1개면 충분하다!
짐 크레이머 지음, 이주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지수 중심으로 주식을 모아온 지 어느덧 5년째다. 미국 대표 지수 적립식 투자의 삼총사라 불리는 SPY(S&P 500), QQQ(NASDAQ 100), 그리고 SCHD(미국배당다우존스) 3종목이 내 포트폴리오의 메인이다.
내가 기대하는 연평균 기대 수익률은 8% 수준이다. 현재 3~4%대인 은행 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익률이다. 본격적으로 지수 적립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 수많은 투자서를 읽었고, 변동성을 이겨내며 시장 전체를 매수하는 이 방식이야말로 직장인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적은 준수했다. 현재 총 투자금액 기준으로 누적 수익률이 60~70%에 달하니, 연평균으로 단순 계산해도 10%를 훌쩍 웃돈다. 시장 평균(S&P 500)을 상회하는 수치다. 물론 이는 내 실력이라기보다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반도체와 빅테크 중심의 강력한 랠리 덕분이었다.
해외 지수 ETF 중심으로 자산을 굴려왔지만, 국내 주식 중에서는 현대차를 꾸준히 모아왔다. 주된 이유는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배당률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AI 발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빛을 발하며 KOSPI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온기는 밸류에이션상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던 대장주 현대차에까지 옮겨붙었다. 약 3년 동안 적립식으로 모아온 현대차의 평균 매입 단가는 20만 원 선이었는데, 단 며칠 사이에 3배 가까이 치솟더니 현재는 2배 수준인 30만 원 후반대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처음에는 이 수익을 온전히 '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급등한 개별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다시 편안한 지수 ETF 비중을 늘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짐 크레이머의 시장을 이기는 투자》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동안 나는 지수 투자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묘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지수 투자라는 프레임이 어쩌면 우리를 영원히 시장의 평균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어 두려는, 세련된 제도적 장치는 아닐까?'

짐 크레이머는 개별주에 투자할 것을 강하게 권한다. 그렇다고 자산의 100%를 위험한 개별주로 채우라는 뜻은 아니다. 자산의 50%는 시장 충격을 방어해 줄 S&P 500 같은 대표 ETF에 묻어두고, 나머지 50%는 금과 같은 확실한 헤징 수단 하나와 손에 꼽을 수 있는 다섯 개 안팎의 우량 종목을 엄선해 꾸준히 모아가며 보유하라는 것이다.
만약 내 포트폴리오에 현대차라는 개별 종목이 없었다면, 나는 이번 KOSPI의 이례적인 상승 흐름에 온전히 동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시장의 평균적인 수익만을 얻었을 테고(시장 평균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계획대로 '아주 천천히' 부자가 되는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자산의 50%를 5개 안팎의 개별 종목에 집중했을 때, 과연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에 있다. 그런 혜안과 안목은 대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 원동력도 바로 이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생각보다 직관적이고 단순했다. 복잡한 재무제표 분석이나 거창한 거시경제 지표, 난해한 트렌드 리포트에 매몰되기보다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산업의 변화를 호기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관찰하는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2022년 11월 등장한 대화형 AI 서비스를 떠올려보자. 공개 단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모으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흐른 지금, 수많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AI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거대언어모델(LLM) API 사용료로 매달 막대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한다. 개인 역시 유료 구독을 망설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포털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검색 습관은 생성형 AI에게 자연어로 묻고 정제된 통찰을 얻는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초기부터 이 흐름을 관찰하고 기술의 본질에 호기심을 품었던 사람이라면, AI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될 것임을 누구나 직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 관찰과 감각으로 시장을 바라보았다면,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와 글로벌 칩 제조사는 물론 그 생태계의 뼈대가 되는 반도체 기업들에 확신을 갖고 투자할 수 있었을 것이다. AI를 향한 초기 광풍의 단기 피크는 지났을지 몰라도, 이미 이 시장에 결집된 자본과 인프라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마치며
PC, 인터넷, 스마트폰, 구독 경제, 그리고 지금의 AI까지.
돌이켜보면 지나온 삶 속에서도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혁신의 변곡점들이 수차례 존재했다. 그리고 그 혁신의 결과물들은 내가 누구보다 먼저 일상에서 직접 써보고 "정말 좋다"고 피부로 느꼈던 것들이다.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도 똑같이 느꼈고, 그 기술이 더 발전하기를 바라며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AI 다음의 물결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와 마주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눈길을 사로잡는 강력한 서비스나 제품이 나타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시장을 흔들 다음의 거대한 사이클이다. 자본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결국 그 큰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징후는 대단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일상에서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의 발견을 용기 있게 투자로 연결하는 사람만이 지수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자산을 증식시킬 기회를 얻는다.
물론 지수 투자는 훌륭하며 분명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다만 시간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린다.
그렇다면 여기에 약간의 유연함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50%는 안전하게 지수에, 나머지 50%는 내 안목으로 선별한 개별주에 분배하는 것이다.
비록 운이 따랐을지라도,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종목이 강력한 모멘텀을 타면 단 며칠 만에 2배, 3배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펀더멘털이 견고한 기업은 일시적인 광기와 조정을 거치더라도, 과거의 주가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점프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평균이라는 안전지대에 안주하려던 내 투자 포트폴리오에 기분 좋은 균열을 내고,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의미 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