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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AI 트렌드 2027 -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AI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10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최재붕 교수의 AI 트렌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8가지 산업에서 AI가 어떻게 쓰이고 발전하는지를 짚어 주며, 2026년에 이어 2027년에는 AI가 산업 전반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용될지 가늠하게 해주었다.
그중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AI로 자신의 업무를 바꿀 줄 아는 사람"
책이 다루는 8개 산업은 솔직히 내 일상과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장 덕분에 시선이 전문가의 영역에서 내 책상 위로 옮겨 왔다. AI가 전문가의 도구에서 대중의 도구로 번지는 지금, 나는 AI를 어떻게 대하고 있고, 가장 가까운 내 삶과 직장에서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하게 해줬다.
돌아보면 ChatGPT가 AI 열풍을 일으킨 것이 2022년 11월, 벌써 4년 전이다. 그동안 Gemini와 GPT를 곁에 두고 썼지만 간단히 묻고 답을 받는 수준이었다. 직장에서 보안이 확보된 모델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2024년 하반기쯤이었고, 2026년 들어 코딩 에이전트를 쓸 수 있는 API가 배포되면서 직원들의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그 흐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Claude Code 대신 웹 LLM만 쓰고 있다. 쓸 줄 몰라서가 아니다. 내 일은 반복 업무보다 기획이 많아서 코딩 에이전트까지는 필요 없다고 스스로 선을 그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문장을 읽고 나니, 그 선이 오히려 나를 가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일하면 같은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기획도 마찬가지다. 혼자 머리를 쥐어짜며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스토리라인과 초안을 만드는 과정부터 AI와 함께하도록 바꿔야 했다. 그러려면 귀찮음을 경계하고 활용 가능성을 늘 열어 두어야 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업무 파트너, 나아가 능력 있는 조력자로 키워 가는 사람이 직장 내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른에겐 누구도 정답을 알려 주지 않고, 알려 준다 해도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은 없다. 결국 각자에게 맞는 AI를 고르고, 쓰는 방법을 계속 찾아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AI 시대에 적합한 인재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책 마지막의 '4주 완성 AI 스타트 워크시트'가 인상 깊었다. 4주 동안 나에게 맞는 AI를 찾고, 내 일을 AI에게 설명하며(학습시키며) 전용 비서로 키워 가는 과정이다. 평범해 보여서 "별거 없네" 하고 넘기기 쉽지만, 정말 나를 위한 AI를 만들려면 진지하게 해 볼 만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업무가 시작되면 직장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해 보고, 의도적으로 AI를 써서 현재 업무를 AI가 할 수 있도록 해볼 계획이다.
마치며,
AI는 앞으로 더 좋아지고 쓰기 쉬워질 것이다. 놀라운 점은 AI가 AI의 발전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개발된 Claude Opus 4는 이전 버전보다 3배 빨라졌는데, AI가 개선에 참여한 Claude Mythos는 52배 빨라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고성능 AI를 쓰는 시대에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나는 자기 데이터와 맥락으로 길들인 AI에서 난다고 본다. 그리고 AI를 키우는 일은 곧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목표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를 알아 가는 일은 어렵지만, 뼈대를 세우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둘 살 붙여 가는 사람은 빠르게 변하는 AI 시대에도 불안해하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AI 덕분에 추월차선을 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이 책으로 유망 산업을 찾아 투자 대상을 발굴하겠다는 얄팍한 의도로 펼쳤다. 그런데 책을 덮고 보니 남은 것은 종목이 아니라, AI 시대에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길을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 귀중한 독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