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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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았으나, 솔직한 생각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탄흔'은 총알이 발사되어 물체나 지표면에 부딪히거나 뚫고 지나가면서 남긴 흔적을 뜻한다. 생명이 없는 물체를 관통한 탄흔은 뚫린 채로 남아 있다. 반면 생명체를 통과한 탄흔은 상처가 아물며 흉터가 되지만, 원래의 피부 상태로 100% 돌아가지는 않는다. 책 <탄흔>은 바로 이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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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인물들은 소위 말하는 영재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두뇌를 겨루는 각종 대회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에 그들의 연봉은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동경 대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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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인공에게는 어릴 때 남겨진 탄흔이 있었다. 내 관점에서 그것은 유년 시절 '우이샹'이라는 친구를 만나며 생긴, 성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관념이었다. 겉으로는 모두가 동경하는 직장에서 엘리트 코스를 걷고 있었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그 관념은 사라지지 않고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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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에 나오는 퀴어적인 성적 묘사는 불쾌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이다.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주인공의 이야기 역시 극히 일부 또는 특정인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혀 생각해본 적도, 경험하고 싶은 적도 없는 영역이어서 거북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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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에서 분명히 배운 점이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과 뛰어난 지능을 가졌어도 내면에는 늘 어둠이 도사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면이 화려하고 문제없어 보인다고 해서 내면까지 건강한 것은 아니다. 화려해 보이던 연예인들이 이유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에서도 우리는 이를 가끔 확인한다. 반대로 지금 겉모습이 초라해 보인다고 내면까지 초라한 것도 아니다. 외적인 모습과 내적인 모습을 연결해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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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건강한 내면은 어디서 올까. 가치관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을 건강하고 밝게 보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건강한 가치관을 만드는 방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환경에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과 자란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사람을 곁에 두거나 가려서 만나는 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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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하며, 이상적인 환경은 그 가능성을 높여주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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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두고 있다. 부모로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뜻대로 하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스스로 깨우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고, 부모의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어떤 탄흔이 남아 있는지도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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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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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완벽한 환경은 존재하지 않으며, 주변에 좋은 사람만 만나는 일도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겪고 깨우치며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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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녀를 보며 부모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좋은 길로 이끌어주고 싶지만 그것은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며, 어쩌면 내 의도와 다르게 아이들의 내면에도 이미 보이지 않는 탄흔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무생물에 박힌 탄흔은 뚫린 채로 멈춰 있지만, 생명체의 탄흔은 흉터가 남더라도 결국 아문다. 아이들이 살면서 마주할 상처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그 상처를 스스로 아물려 굳은살로 바꾸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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